자산시장도 언제까지 경기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만 내달릴 수는 없다.
자산시장도 언제까지 경기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만 내달릴 수는 없다.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연일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은행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1%대 성장 전망이 나오자마자 통계청은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는 것처럼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부 소비 진작 효과가 약화하고 장마 등의 영향으로 소비, 생산, 투자 등 산업활동 전반이 재침체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다들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물론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통계와 전망이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이들이 느끼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흔히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경제 위기 발생 주기가 짧아져 국가는 물론 기업들도 상시 비상경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해 나가면서 대처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만큼은 지난 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수개월을 주기로 반복되는 재확산 위기와 이와 함께 급변할 수밖에 없는 너무도 짧아진 경기 사이클은 일부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는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인 것이다. 특히 도소매, 음식, 숙박, 관광 등에 종사하는 영세자영업자나 내수 중심의 중소 제조업체 등은 한 번도 힘든데 반복적으로 위기 상황이 닥치니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직자들 형편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반면에 국내 자산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식시장은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잘 버텨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양 끝이 위를 향해 솟은 뿔을 가진 황소가 앞만 보고 달려가듯이 동학 개미들도 일말의 의심도 없이 주식시장 상승세에 올라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급 부족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실수요와 가수요가 뒤엉켜 시장은 엉망진창일지 모르겠지만, 서울 신축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세 물건이 종적을 감추는 가운데 그나마 시장에 나온 물건도 가격 상승이 어마어마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반전세로 임대주택 수요자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물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자산 시장도 언제까지 경기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만 내달릴 수는 없다. 갑작스럽게 유동성 파티가 끝나거나 예상 밖의 경기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아 쥐면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1920년대 주식시장 버블붕괴로 발생한 대공황이나 그 후 한참이 지나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닷컴 버블붕괴 그리고 불과 십수 년 전에 미국의 부동산 시장 버블붕괴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보라. 물론 이 모든 것이 넘쳐나는 유동성과 저금리로 딱히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거나, 이번에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해버리거나, 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면 된다고 한다면 굳이 할 말은 없다. 더군다나 모두가 스스로 내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은 장기투자자라는 이유로 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면 구매한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그들의 진실한 열정도 지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은 아무 문제없으니 괜찮을 거야’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신념과 지나친 낙관론은 버렸으면 한다. 굳이 비관론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는 불행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