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작년까지 3년 연속 생산·수출이 하락했고 올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마이너스 성장과 이익률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자 부품 기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위로는 독일·일본 차들이 기술과 브랜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아래로는 중국 자동차들이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과거 한국 자동차는 독일·일본 차에 비해서는 저렴했고, 중국 차에 비해서는 품질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일본 차에 대한 원가 우위가 없어졌고, 중국 차에는 품질이 따라 잡혔다.

한국 자동차 회사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선호도를 읽지 못했다. 기술 개발에 소홀했고 고급화 전략에도 실패했다. 이제부터라도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먼저 내연기관 엔진차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직 세계 시장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전기차만 만드는 신생 회사들의 생산 능력 부족으로 오히려 정통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계속된다면 내연엔진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15년 동안은 내연기관차가 가장 중요한 차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차세대 전기차 시대를 위한 투자금 마련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과감히 인수해야

그렇다면 내연기관차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떠한 전략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양보다 질 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 과거에 여러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이 좋았던 것은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생산량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뉴노멀 시대’다. 미국 빅3의 경우 과거에 비해 3분의 2 정도만 생산하지만 수익성은 더 양호하다. 또 BMW와 같은 럭셔리 메이커의 생산 대수는 연간 200만 대에 불과하지만 기술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자동차 회사들과 부품 업체들도 이제는 적게 생산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약한 브랜드력 탓에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지만 이를 세계 시장에서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다. 도요타가 렉서스로 유일하게 성공했고 혼다와 닛산은 럭셔리 브랜드를 론칭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관련 매출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독일 브랜드들이 시장을 과점 체제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기보다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를 인수·합병하면서 럭셔리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현대차 역시 조속한 성과를 위해서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연기관차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조직 체계를 바꿔야 한다. 연산 800만 대 규모의 자동차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경영하는 건 쉽지 않다.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혁신 속도가 느려지고 구성원들의 긴장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사를 2~3개로 나눠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치 삼성전자의 여러 사업부가 독립 법인처럼 운영되고, 도요타가 4개의 자동차 사업부로 분할된 것처럼 말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조직을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했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도 마케팅·전략·조직 등 다방면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