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가운데 특히 유명한 것은 지난해 5월 취임식 직후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과 함께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 타이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청와대를 산책하는 것이다.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 실무적인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얼마 전 정부청사에서 열린 회의에 앞서 넥타이를 푸는 사진이 찍혔다. ‘넥타이 풀고 합시다’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은 사진이었다.

‘문민정부’로 불린 김영삼 정부 시절, 여름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실내 온도를 덜 낮춰도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듣기 어렵지만 그 시절만 해도 에너지 절약이라는 단어가 힘이 있었다. 대기업들도 따라하면서 ‘노 타이’ 시대가 시작됐다. 넥타이는 남성의 정장 차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다. 남성 패션이라고 하면 화려한 넥타이를 뜻할 정도지만, 여름 더위와 실용주의 앞에 점점 풀려 가는 추세다.

급기야는 넥타이를 매면 뇌로 가는 피가 줄어들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신경방사선학’에 이런 논문을 실었다. “목이 약간 불편할 정도까지 넥타이를 매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7.5% 줄어든다”고 했다. 건강한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셔츠 단추도 푼 상태와 셔츠 단추를 채우고 넥타이를 바짝 맨 상태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뇌의 혈류량을 측정했다. 넥타이가 목의 혈관을 압박해 뇌로 가는 혈액을 감소시키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현기증이나 두통,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도 있고, 뇌로 가는 혈류 감소로 두뇌 회전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위험물 취급까지 받게 됐지만, 넥타이는 한때 화이트(white)칼라와 블루(blue)칼라를 구분 짓는 역할도 했다. 화이트칼라의 대표 직종으로 불리는 사무직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지켰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노 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구분은 깨지기 시작했다. ‘골드(gold)칼라’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넥타이를 맨 화이트칼라들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직이 아닌 연구직·최고급 인재 등을 뜻하는 골드칼라들은 넥타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스타들은 ‘노 타이’를 고집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넥타이를 맨 사람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 취업정보 업체 관계자가 “이제는 넥타이를 매는 일자리보다 매지 않는 일자리가 연봉이 더 높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정도다.


취업 대란에 ‘넥타이’란 단어 사라져

‘넥타이 부대’라는 말은 화이트칼라 샐러리맨을 상징하는 단어지만, 이제는 색이 바래게 됐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넥타이는 직장인과 동의어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사무기기에서부터 공장까지 급격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취업 대란이라는 단어가 돌아다니는 시대다. 일자리를 구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4차 산업시대가 코앞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 되고 공기업·대기업에 들어가겠다는 취업 준비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노 타이’ 시대, 정형화된 업무보다는 창의적인 업적을 요구받는 시대가 됐지만 남과 다른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하는 골드칼라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잡스처럼 검정 터틀넥을 입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나도록 교육을 바꿔야 한다. 넥타이에는 ‘평생 직장’ ‘정년 퇴직’이라는 이미지가 겹쳐 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듯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누가 해도 되는 일은 사라져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