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휘날리던 3월의 보스턴에서였습니다. 고객 돈 4000조원을 주무르는 ‘괴물’ 로널드 오 헨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회장을 시내 중심가의 피델리티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그에게 자산 운용의 비법을 물었습니다. 그는 씨익 웃더니 “운용 기술만 파고들기보다 역사와 정치를 함께 생각하는 넓고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좋아했는데 당시 배운 것들이 지금 일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살면서 다양한 사건을 겪게 되지만 어떤 새로워 보이는 사건도 역사에서 참고할 내용이 반드시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을 지켜보면서 ‘역사와 정치를함께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건은 반복될 뿐이다’는 오 헨리 회장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설마 했던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서 많은 전문가가 역사를 언급합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구소련과의 군비경쟁,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에 대한 강경한 대외정책, 통화긴축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구소련 해체를 이끌어낸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세력 약화를 위한 포석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30년대 대공황을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핀란드의 명문 알토대의 칼 페이 교수는 ‘이코노미조선’의 미·중 무역전쟁 커버스토리 인터뷰에서 “보호무역주의가 1930년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던 대공황의 중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무역 자체가 아니라 패권·안보 경쟁이 본질이라고도 합니다. 국제정치의 엄혹함을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겁니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미국과 패권국 야망을 품은 중국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세계 질서, 북핵과 한반도 통일, 동북아 안보, 대만, 남중국해, 러시아, 나토(NATO), 이란, 이스라엘 등의 문제가 전부 연결됩니다.

이번 사태는 역사의 반복인 것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게 될까요? 경제서보다 역사·정치서를 펼치게 되는 요즘입니다.


Reader’s letter

다시 부활하는 주식회사 일본 놀라워

도요타, 소니, 닌텐도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의 부활 소식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이 엔고와 법인세 등 6중고를 해소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전자나 자동차뿐 아니라 화장품, 제약, 엔터테인먼트 업종까지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니 놀라웠다. 각 기업들의 공격적인 부활 전략도 인상적이었지만, 일본의 도약을 정책과 업종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이 특히 유익했다.

- 오재현 LG전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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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회 문제 연결 참신해

‘이종현의 영화 한 잔’ 칼럼을 즐겨 읽고 있다. 다른 영화 칼럼과 달리 영화를 사회 문제와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게 참신한 것 같다. 이번 호에 실린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도 마찬가지였다. 흥미진진한 범죄 액션물로만 생각했는데, 영화 한 잔 칼럼에서는 이 영화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예멘 난민 문제와 연결지었다. 칼럼을 읽다 눈물도 찔끔 났다. 영화에 어울리는 술로 추천한 데킬라도 마음에 들었다.

- 황진하 TBS 교통방송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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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도 짜는 라이언에어의 성장 전략

극도의 비용절감 노력으로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는 라이언에어에 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고객들이 ‘욕을 하면서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도 유수의 국적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정시운항률이 높은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승부를 가르는 건 업의 본질이란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기사였다.

- 김우정 영화사 풍류일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