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샹진(魏尚进) UC버클리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부교수,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웨이샹진(魏尚进) UC버클리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부교수,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中國製造·Made in China) 2025’ 정책을 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조 2025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무역 정책의 예시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걸까. 중국 제조 2025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 문제를 살피려면 일단 중국 제조 2025가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정책은 2015년 5월 8일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경제 발전 전략이다. 향후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한 10대 핵심 산업과 5대 중점 프로젝트도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크게 다섯 가지 면을 중시한다. 일단 값싼 노동력에 의존했던 기존의 경제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방법을 모색하고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는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환경 친화적인 생산과 재생에너지로의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기업들의 사업 모델도 이에 맞춰서 바꾼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은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될 인적 자본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다.

사실 중국 정부에 있어 중국 제조 2025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최근에 중국의 노동 임금은 방글라데시나 인도, 베트남보다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중국은 인구 대국이지만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로 노동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중국이 고소득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인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창조적인 산업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또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첨단기술을 가져오는 데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소득 증가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여러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고 이 과정에서 군사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고대 아테네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의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많은 중국 정치인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이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하는 걸 단순히 중국의 경제 성장에 위협을 느껴서라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의 경제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시비를 걸 핑계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는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방침에 모순되거나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은 200년 전 미국의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도 주장했던 내용이다. 해밀턴은 국가가 산업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했다.

그 후로 미국 정부는 재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국립과학재단 등 많은 정부기관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산업을 육성해왔다. 미국만이 아니다.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도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고, 여러 나라가 이런 정책을 펼친다. 중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국이 시장 위주의 경제 정책 펼치게 해야

중국 제조 2025가 과거 중국 정부의 제조업 정책과 다른 지점은 정부의 개입 여부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초석을 밝히면서 “시장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도하겠다”고 했다. 자원을 분배하는 결정적인 역할은 시장이 맡고, 정부는 ‘직접적인 관여가 아닌 전략적인 조사와 지도를 통해 기업들에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맡겠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차별하겠다는 규정은 없었다. 그 대신에 미래 첨단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목표 수치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2015년, 2020년, 2025년 등 단계별로 각각 달성해야 할 목표 수치를 제시했고, 여기에는 연구·개발(R&D) 비용, 특허 수, 광대역 통신망 범위, 생산 자동화 규모, 이산화탄소 감축량 등이 포함됐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율을 2015년 0.95%에서 2025년에 1.68%로 끌어올리겠다고 했고, 인터넷 보급률은 같은 기간 50%에서 82%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시장 주도를 강조한 건 과거 실패에서 얻은 경험 덕분이다. 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과거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 정책은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중국 정부가 개입을 줄이고,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줬다면 오히려 혁신에 가속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과거처럼 정책에 개입한다면,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는 오랫동안 좁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원칙적으로 잘 짜인 산업 정책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국가들이 더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경제적·사회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는 WTO가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을 금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WTO가 금지하는 건 기업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정책이다. 중국 제조 2025가 국적에 따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한 WTO의 원칙에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이 정책이 효율적인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다.

중국이 자체 개발 중인 중형 항공기 C919가 조립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이 자체 개발 중인 중형 항공기 C919가 조립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중국 정부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 중국 제조 2025에 더 힘을 실으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중국 기업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더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비효율이 커지고 혁신은 저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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