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정부가 예고했던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7·10 대책)’이 발표됐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독대한 뒤 나온 대책이라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이번 대책에는 취득·보유·양도 단계 모두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폭탄급 세금 정책’이 총망라됐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줬던 주택임대사업자제도의 축소가 눈에 띄었다. 사실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주택임대사업자제도’의 폐지 선언이라는 평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예상해보자. 먼저, 법인의 보유 매물이 연내에 대거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6월 17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이은 이번 대책으로 법인이 주택을 매수·보유·처분할 때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기존엔 법인이 개인보다 양도·보유에 따른 세부담이 적어 투자에 이점이 있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목적으로 한 대리투자자 법인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법인이 주택을 매입할 때의 취득세율을 기존 1~3%에서 12%로 강화했다. 부동산 매매나 임대업 법인은 현물출자에 따른 취득세 감면 혜택(75%)도 받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내년 6월부터 법인 주택에는 종부세 기본공제 6억원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인은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모두 종부세를 내야 하며 세부담 상한도 없다. 또 법인 주택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의 경우 3%를,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의 경우 최고 세율인 6%를 적용받게 돼 부담이 커졌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는 법인 보유 주택 처분 시 추가로 적용하는 세율도 20%로 올라, 양도차익에 최대 45%의 세금이 매겨지는 만큼 연내 매도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에서 법인이 개인으로부터 사들인 주택 거래는 3만2818건으로, 이 중 경기도가 1만397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서울(4915건), 인천(4318건), 부산(2179건)순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수원이 1271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성(1203건), 용인(895건), 부천(793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높이는 ‘7·10 대책’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높이는 ‘7·10 대책’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대주택 매물 증가는 제한적

주택임대사업자들의 경우 등록 기간에는 임대주택이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되고, 장기임대사업자는 추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기대할 수 있어 당장 세부담 증가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대체로 등록주택 이외는 본인 거주 목적으로 소유한 것이므로 1주택자와 같은 보유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7·10 대책에 의해 아파트는 매입 임대주택이 사실상 폐지되고,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장기임대는 유지된다. 임대 의무기간은 기존 8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은 임대 의무기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임대 의무기간 종료 전에 자발적으로 등록 말소를 희망하면 과태료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보유세 부담은 늘어나는 만큼 등록 임대주택 상당수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전체 등록 임대주택 160만 채 중 올해 말까지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는 주택은 48만 채다. 이 중 12만 채가 아파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는 주택은 대체로 4년 단기 임대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경우 임대료 5% 상한선을 유지, 1년을 연장해 5년 임대해야 종부세 합산배제 및 양도세 중과배제가 적용되므로 연내 임대기간이 끝나는 12만 채 중 단기임대에 해당하는 대부분은 1년 더 임대해 5년 임대조건을 채우고 2021년 이후부터 매각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계산과 달리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매물이 단기에 쏟아질 가능성은 작다. 다만 주택임대사업자의 등록주택이 지방이거나 가격 상승폭이 높지 않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경우 과태료 없이 매도하고 1가구 1주택 요건을 활용한 재투자 및 청약 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똘똘한 한 채’ 빼고 판다

다음은 서울의 고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 개인들의 경우다. 다주택 개인은 대부분 전용면적 85㎡를 초과하거나 기준시가 6억원이 넘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절세 혜택이 크지 않았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이번 7·10 대책으로 2021년 6월부터 양도소득세가 크게 오를 예정이다.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은 기본세율(6~42%)에 20%포인트(2주택자) 또는 30%포인트(3주택 이상)로 이전보다 각각 10% 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종부세도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또는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내년부터 종부세가 최고 6%까지 오를 것으로 발표됐으나 이 중 가장 많은 구간인 과표 6억~50억원(시가 15.4억~69억원)에 해당하는 3주택자는 2.2~3.6%의 종부세를 납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 내 과표 20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연간 1500만원 수준이나 2주택(10억원+10억원) 보유자의 경우 대략 4000만원으로 보유세가 급증할 전망이다.

보유세가 많이 증가할 전망이라 다주택자들은 장고에 들어갔다. 보유세 부담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전세를 일부 월세로 전환하거나 만기 시 전세보증금을 올려 세부담을 일부 보전함에 따라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양도 시한인 내년 6월 전까지 추이를 보면서 매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 역시 연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주택자들의 세부담 증가로 매물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는 시나리오로 가게 되더라도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인들이 보유한 주택은 실제 갭투자가 용이했던 경기도나 지방 등의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 고가주택보다는 외곽, 경기도, 지방의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주택자만 혜택받는 정책으로의 전환은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계획되는 공급대책이 서울의 알짜 유휴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청약을 준비하는 무주택자 및 1주택자들의 서울 입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 서울의 전셋값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의 매수 주체는 다주택자가 아닌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7월 중 발표되는 공급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책의 화룡점정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