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대면 사회를 앞당기고 있지만 오히려 디지털 ‘정보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탓에 광범위한 봉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디지털 정보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5.5%에 해당하는 65억 명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원격근무나 원격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개학 첫날 출석률이 50%에 불과했던 미국은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로 이어지는 모습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4월 미국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개학 관련 보도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지역별 온라인 수업 출석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한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 출석률은 45%에 그쳤지만,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뉴욕 브루클린 지역의 경우 98%가 온라인 수업 및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예약한 경제학자’로 불리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는 이제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라고 강조하며 “모두를 위한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디지털 연결에서 소외된 계층 문제를 지적하며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존 테일러(John B. Taylor)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몽페를랭회(會) 회장, 미국 재무차관
존 테일러(John B. Taylor)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몽페를랭회(會) 회장, 미국 재무차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의 장단점이 모두 드러났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전자상거래, 원격의료, 통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터넷 서비스 수요를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 분야가 확대됐다. 자택 대피령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전통적 방식의 접근이 어려워진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최소 수천만 명의 사람에게 디지털 연결을 제공할 수 있었다.

경쟁과 혁신을 부추긴 미 정부의 정책이 통신 기술 분야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더글러스 홀츠 이킨 전 미 의회 예산국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의 영향력은 15년 전과 비교해 100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미국은 유럽보다 빠른 속도의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민간 사업자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도 상당 부분 없앴다. 그 결과 미국 성인의 9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25%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IoT에 연결될 기기 수는 430억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유지된다면 인터넷 사용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원격근무를 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앞으로도 원격근무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또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20%는 직원의 20% 이상이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근무의 장점은 많다. 회사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13% 이상 높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직률과 결근율을 줄이고 협동과 상호작용 그리고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의 ‘소회의실(회의 참석자 중 일부로 구성된 회의실)’ 기능 등을 이용하면 관리자는 직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미국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접근성의 불평등, 즉 ① ‘정보격차’였다. 라즈 체티 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온라인 수학 프로그램 ‘Zearn’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봄학기 소득 상위 25%에 속하는 학생들의 학습률은 지난해 봄학기와 비교해 20% 떨어졌는데, 소득 하위 25% 학생들의 경우 60%로 학습률 낙폭이 더 컸다. 게다가 미국 학생의 18%는 인터넷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고, 연간 소득 3만달러(약 3600만원) 미만인 가구의 56%만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디지털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줬다. 다행인 점은 인터넷 인프라를 개선할 방법이 많다는 점이다. 미 하원의원인 민주당의 안나 에슈와 공화당의 데이비드 맥킨리는 최근 ‘단일 굴착(dig once)’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 정부가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통신사업자에게 광대역 인터넷망 구축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발의된 건강 및 경제 회복 긴급대책 법안은 저소득 가구나 초·중학생이 있는 가구에 인터넷 연결을 위한 컴퓨터 지원에 최대 100달러를 주는 등 인터넷 연결을 확대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담았다.


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학교에 폐쇄령을 내린 지난 3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한 공립학교에 휴교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학교에 폐쇄령을 내린 지난 3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한 공립학교에 휴교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정보격차는 ② 가격 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③ 가격 탄력성이 낮거나 높은 집단을 구별해야 한다. 즉, 보조금 없이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주 지역이나 소득에 따라 다른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에 더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저소득층의 디지털 연결을 확대하는 일은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요구한다. 인터넷 접속 결핍을 겪고 있는 사람 중에는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13년에 진행한 조사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 34%는 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서비스에 드는 비용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이 조사 결과는 광대역 인터넷의 장점을 광범위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는 광대역 인터넷의 장점뿐만 아니라 필요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따라서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수준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정 지원 등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연결은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Tip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경제적·사회적 불균형 측면을 강조한 개념이다. 계층 간, 지역 간, 성별 간, 국가 간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평등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의 격차는 소득격차를 심화할 우려가 있어 정보격차는 새로운 사회 문제이자 국제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생산비용이 똑같은데도 서로 다른 가격을 정하는 것을 뜻한다. 공익사업기관이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철도요금·우편요금·전기요금 등을 수요자에 따라 달리하거나, 독점기업이 동일 상품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는 비싼 가격을, 해외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가격 차별에 해당한다.

상품 가격이 변화할 때 판매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 변화 폭이 클 때 탄력적이라고 하며 소비 변화 폭이 작은 경우는 비탄력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