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저금리 덕분에 상가와 오피스텔을 대출을 끼고 하나씩 샀다. 여기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포함해 주택도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에 상속받은 땅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A씨가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것은 은퇴 준비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가와 오피스텔은 물론이고 아파트까지도 투자 시점과 비교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최근에는 웬만한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하는데,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것도 있다. 요즘 A씨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일부 부동산은 처분할 생각이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5월 28일 기준금리가 연 0.75%에서 0.5%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됐다. 분명 저금리 시대다. 금리만 놓고 보면 부동산에 투자하기에 딱 좋아 보인다. 은퇴 준비를 하는 사람은 부동산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묻지 마’식 부동산 투자로는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우표 수집하듯 막무가내식으로 부동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은퇴 준비에 필요한 부동산은 미래 가치(자본수익+임대수익)가 담보돼 있어야 한다. 고름은 절대로 살이 되지 않는다. 고름이 된 부동산은 하루빨리 처분해야 한다. 부동산에 미래 가치가 없다면 그것은 자산이 아니라 짐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의 수가 아니라 미래 가치다. 더군다나 미래 가치가 없는 부동산인 줄 알면서도 무작정 보유하거나,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여러 개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보유할 것과 처분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때 부동산 가격이 매수 시점보다 오르지 않았다면 세금보다 미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첫째, 아파트의 경우 아무리 서울 강남에 있어도 나 홀로 아파트는 미래 가치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규모가 작을수록 미래 가치도 작아진다. 특히 교육환경(유치원·초·중·고·학원)은 미래 가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에 편의시설(종합병원, 백화점, 대형마트)을 비롯해 교통환경(지하철), 자연환경까지 취약한 지역이라면 하루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인 경우에도 재건축 기간이 길거나, 재건축에 따른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으면,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매도하는 것이 좋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광역교통시설(지하철·경전철 등)이 잘 갖춰지지 못한 지역의 경우에는 미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둘째,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수익만 보고 투자한 경우가 많은 편이다. 임대수익은 부합물이지 미래 가치 그 자체는 아니다. 왜냐하면 임대수익은 자산의 증가보다, 현상 유지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오피스텔의 미래 가치는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급이 많아졌고 소형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비교해 보자. 오피스텔은 동일 평형을 기준으로 아파트보다 전용 면적은 작다. 반면 관리비는 다소 비싼 편이다. 아파트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오피스텔에 자본수익이 생기지 않고 있다면, 미련 없이 처분하자.

셋째, 단독주택(다가구)은 세월이 흐를수록 건물의 가치는 떨어지고 수리비는 증가한다. 이를 상계시키고 미래 가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땅값 상승뿐이다. 만약 땅값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지 않으면 처분하자. 또한 주택의 재개발에 희망을 품지 말고 가능성이 작으면 처분하자. 특히 오래된 주택을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새로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소한 동네 상권이 형성돼 주택이 꼬마빌딩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미래 가치가 담보되는 것이다.


한국의 주거 문화는 분명 아파트로 바뀌고 있다. 다세대주택(연립·빌라)은 아파트보다 편리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한국의 주거 문화는 분명 아파트로 바뀌고 있다. 다세대주택(연립·빌라)은 아파트보다 편리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아파트 아니면 수리비 부담 힘들어…흔들리지 않는 상권 찾아야

넷째,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는 분명 아파트로 바뀌고 있다. 다세대주택(연립·빌라)은 아파트보다 편리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주차장이 협소하고 쓰레기 처리장 및 보안시설 등이 열악하다. 특히 건축 연도가 오래될수록 아파트보다 수리비는 계속 증가한다. 임차인은 주로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많다. 그러므로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있지 않거나, 신축한 지 10년이 지났다면 처분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꼬마빌딩의 경우 흔들리지 않는 상권에 투자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의 상권이 아주 훌륭하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권의 미래는 그 지역의 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선 지역은 주의해야 한다. 기존에 형성된 상권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매출액 감소로 이어지고 임차인은 상권을 떠난다.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권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상권에서는 영세한 상인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에는 원주민 격인 상인들이 상권에서 떠나면, 그들이 구축해 놓은 독특한 상권문화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상권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권에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분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지방에 소재한 땅의 경우에는 용도지역, 용도구역, 용도지구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땅의 용도지역이 농림지역이나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면 미래 가치는 매우 떨어진다. 땅이 생태 및 문화재 보존지구로 되어 있다면, 당연히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특히 용도구역은 건축행위 및 토지의 형질변경을 규제하는 제도로 개발제한구역을 비롯해 문화재 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청소년 보호구역, 상수원 보호구역, 수산자원 보호구역 등이 있다. 이러한 제한사항은 없을수록 좋다.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토지 형질변경 등의 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런 땅은 100년을 소유하고 있어도 미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처분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은퇴 준비를 위해 부동산에 투자할 때 부동산에 자칫 잘못 투자하게 되면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근심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것저것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평탄한 은퇴 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부동산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 투자한 부동산은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려고 한다. 부동산은 제대로 된 것 하나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은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에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 제대로 된 수익성 부동산이 아닌 부동산 수에 집착한다. 당신도 은퇴 부자가 되려면 미래 가치 없는 부동산은 과감하게 처분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주택이 안 팔린다고 해서 가격만 싸게 내놓거나 중개수수료를 많이 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같은 값이거나 다소 비싸더라도 잘 수리된, 깨끗한 주택을 선호할 것이다. 주택을 빨리 처분하려면, 건물을 수리하자. 예를 들어 화장실을 비롯해 창틀, 마룻바닥, 조명 등을 수리해서 처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