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새로 창당된 독립당의 대선 후보 마거릿 존스가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모두에서 지지층을 골고루 빼앗아 오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과반수 득표를 확보하고 선거인단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독립당은 기존의 정치가, 외국인, 부자, 이민자를 공격하는 정책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해 미국의 새로운 여당이 된다. 신생 정당인 독립당이 정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의 경제적 몰락과 양극화다. 미국 대중은 이전보다 낮아진 생활 수준을 받아들여야 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그뿐만 아니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자들의 생활 모습에 좌절해 이러한 경제 사회 구조를 붕괴시키겠다는 독립당을 지지하게 된다.

이 가상의 이야기는 진보적 정치·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미국 UC 버클리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2010년에 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저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라이시 교수는 대중의 참여가 배제되고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게임에 의해 부의 양극화가 확대되면 ‘경제적 적대감’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합리적인 선택보다는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에 투표하는 것이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

이미 2020년 7월이다. 넉 달 이후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새로운 정당이 등장해 정권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유력한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점점 더 강한 포퓰리즘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는 지난 1년간 자산 가격의 변동이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가 순자산 42.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자산 가격의 상승은 이득 분배 과정에서 자산을 가지지 못한 집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므로 사회적 불만과 좌절감을 야기하고 분배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또 한국에서 부의 불평등과 소비 및 거시경제 변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을수록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와 소비 및 경제 성장률도 상호 음(陰)의 관계가 확인돼, 불평등 확대는 국내 소비 감소와 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이 4개월 후로 다가왔다.
미국 대선이 4개월 후로 다가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 경제적 불평등 키워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은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실물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 정책 누진성(재정 정책으로 시장 소득의 결과를 수정한 정도)이 낮은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유발하는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재정 정책의 누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0.55%에 비해 크게 낮은 0.08%로, 32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따라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적 불평등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크게 상승하고 있다. 전셋값까지 급속히 인상하고 있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계층의 좌절감과 분노가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제발 정책 효과가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경제적 적대감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대중은 라이시 교수가 예측한 대로 “옆집 암소(부자들의 자산)를 죽여주세요”라고 의뢰하기 위해 포퓰리즘 지도자를 찾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