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모든 사물과 기기, 인간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시대다. 초연결된 사물인터넷으로 모든 데이터·정보·상품·서비스가 거래된다. 거래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는 인공지능으로 분석돼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초연결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보안이다. 작게는 개인 정보 탈취에서부터 크게는 테러와 국방에 이르기까지 초연결성이 강화될수록 종래의 보안체계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보안문제가 대두된다.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보안을 강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블록체인 사용이 급증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 사용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암호화폐는 코인1.0시대와 2.0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3.0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 암호화폐로 범용화폐의 성격을 가진 비트코인을 코인1.0시대라고 하고 스마트 계약에 주로 사용되는 이더리움을 코인2.0시대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코인들을 기반으로 각종 거래에 사용되는 토큰을 코인3.0시대라고 한다.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기반화되면서 거래에 사용될 토큰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 송금, 유가증권 거래 등 금융 거래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 R3는 획기적으로 적은 송금 수수료로 거의 실시간 송금이 가능한 ‘R3CEV’라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시스템을 개발해 올 하반기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100여개 금융회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암호화폐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정부

물류·유통 등에도 대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상품의 원재료에 이르기까지 추적 관리가 가능해 업무의 효율화와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게임·오락 산업은 물론 연예·스포츠 등 스타 산업도 블록체인 기반 거래가 가능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나 전체 도시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고, 블록체인 기반 주주총회와 국민투표도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블록체인과 이에 따라 매년 탄생하게 될 수백 종류의 코인이나 토큰이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도 없이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 공개가 횡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ICO가 변변한 사업계획서도 없는 사기로 얼룩질 경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건전한 발전마저 저해할 우려가 크다.

우리 정부는 실명거래와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강화했지만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산업 진흥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땅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암호화폐=투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의 미래를 보고 창업한 스타트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규제가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자 국내 업체들은 아예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ICO에 참여하고 있다.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블록체인과 분리할 수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사장시킬 수 있다.

ICO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진지하게 암호화폐에 대한 생산적 규제에 관해 논의해야 할 때다. 미국은 ICO를 하려면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자격을 갖추도록 했고, 일본은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암호화폐 개발자·업체·거래소·투자자와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관련 산업을 키울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