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보스킨(Michael Boskin) UC버클리 석·박사, 후버 인스티튜트 시니어 펠로, 전(前) 조지 부시 정부 경제자문단
마이클 보스킨(Michael Boskin)
UC버클리 석·박사, 후버 인스티튜트 시니어 펠로, 전(前) 조지 부시 정부 경제자문단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 목표치에 도달했고 실업률은 3.9%를 기록,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실업률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실업자 수보다 기업들의 구인 수가 더 많았던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가 이런 상태가 되면 보통 실질(인플레이션 반영) 임금상승률도 오른다. 금융 위기 이후 회복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던 미국의 노동자에게까지 경기 호황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보자. 보통 경기 호황은 집권당에 유리하게, 불황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최근 대부분의 여론 조사 결과는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민주당이 올해 11월 있을 중간선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하원 의석을 장악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른 파도(blue wave·민주당 돌풍을 의미)’를 예견하기도 한다. 심지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이 되려면 이번에 교체되는 35석 가운데 26석을 따내야 한다. 반면 공화당은 이 가운데 6석만 차지해도 상원 과반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2016년 여론조사 결과와는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때와 같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이 잘못됐을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반(反)여성적 발언에 거침없고 비판 세력에 맹공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여성들의 반감이 거세진 것이다(전통적으로 미국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NBA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에 대해 인신공격을 감행하는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물들을 공격하고 있다. 현 행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경제 호황의 공(功)을 트럼프에게 돌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선거와 경제의 상관관계, 즉 ‘경제 효과’가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불황이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여전히 적용 가능한 가설일 수 있지만, 호황이 과거만큼 집권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부유해질수록 이들이 다른 이슈들에 집중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치러진 뉴욕주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14선거구(브롱크스·퀸스) 예비선거에서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하원 4인자이자 10선 의원인 거물 조지프 크로울리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낙승을 예상했던 크로울리는 선거 과정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버니 샌더스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정치 신예’ 오카시오-코르테즈의 등장에 벌써부터 미국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보돌풍의 주역인 그는 정치적 스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나란히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앤서니 패퍼스 후보를 이기게 되면 하원 최연소 의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이번 중간선거에서 ‘진짜로’ 승리할 수 있을 만한 후보를 선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는 현 정권과 정책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여겨져왔다. 지난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의 표현이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역시 이번 중간선거를 트럼프에 대한 국민투표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고 있거나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의 후보가 승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선거에 임하는 공화당의 모습은 민주당 정도의 열의를 안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동시에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와 트럼프의 대결 구도로 만들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민주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 펠로시 원내총무는 하원 의장직을 맡게 될 것이다. 문제는 펠로시 원내총무가 트럼프처럼 언론에 호소력 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보다 더 공격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점이다.


선거 후 세금·규제 개혁 확대될 듯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결과가 다시 미국의 경제 정책과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만약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장악력을 유지한다면 친(親)성장적 세금·규제 개혁은 지속되거나 오히려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또 미 연방 판사직도 보수파를 중심으로 임명될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 트럼프의 입법 제안은 차단당할 것이 뻔하다. 또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하면 보수파 법조인 지명자들의 등용이 방해될 것이다. 정부의 분열이 때로는 정책적 타협과 경기 호황을 이끌 때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 혹은 양원 다수당을 재탈환하게 될 경우 양당 타협과 경기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당원들은 최근 사회주의자들의 도전을 막기 위해 ‘왼쪽’으로 더 움직였다. 더 많은 민주당원들은 정부 지출과 세금 인상 의제를 놓고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다수가 시장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 의료 보험 확대, 공립대 학비 무료화, 연방정부가 국민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런 의제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 모두가 전제돼야 한다. 수십조달러에 달하는 지출도 따른다. 이 비용을 지불하려면 유럽식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하거나 소득세를 극적으로 인상하는 등의 안이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이런 식의 움직임은 경기침체(스태그네이션·1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2~3% 이하로 떨어지는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자유시장 경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자들과 이민·무역 제한을 원하는 트럼프식 ‘경제 민족주의자’들로 양분돼 있다.

지금은 미국 경제가 호황기다. 하지만 11월 선거 이후에도 이 호황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외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