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큰 치킨 프랜차이즈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KFC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KFC보다 훨씬 큰 회사가 있다. 바로 칙필에이(Chick-Fil-A)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로 KFC의 3배 가까이 된다. 미국 남부에 본사를 둔 칙필에이는 기독교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를 ‘2마일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경에서 ‘누가 당신에게 1마일을 같이 가자 하거든, 2마일을 가라’라는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즉, 소비자가 1마일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그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마일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미션 중 하나는 서비스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고객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칙필에이는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1946년 창업 이후에 매년 10% 넘는 성장을 했다. 그리고 양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질적인 지표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프랜차이즈 점포 성공률은 96%로 미국 프랜차이즈 중 최고다. 그리고 직원 이직률은 3%에 불과하다. 고객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오너와 직원들에게도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마일 서비스는 회사에서 무엇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안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의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식당 주차장에서 비를 맞고 들어오는 고객에게 직원이 뛰어나가 우산을 받쳐 준다. 셀프서비스 식당이지만, 어린아이를 안고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는 식사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준다. 서비스를 규정화하면 의무가 돼 서비스를 받거나 제공할 때의 기쁨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는 단지 직원들에게 고객사랑의 실천을 장려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고객사랑을 구호로 외치는 기업은 많지만 그것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기업은 드물다. 고객사랑 실천을 위해서는 고객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칙필에이 최고경영자의 생각이다. 고객을 단순히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아니라 격려를 받아야 하는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할 때 2마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고객에 대한 시각이 바뀔 때 고객사랑이 생겨나고, 고객사랑이 생겼을 때 2마일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의무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난생처음 보는 내점 고객에 대해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쉽지 않겠지만 칙필에이의 경영진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계명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회사는 바람직한 서비스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칙필에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직원을 배려하는 따뜻한 조직문화다. 이는 직원 만족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서비스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회사는 행복한 직장 환경 조성을 위해 직원 사이의 차별을 두지 않는데, 사장도 구내식당에선 평직원들과 똑같이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사장이 수시로 매장 청소를 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이끌어 가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정직이다. 칙필에이에서는 직원들에게 본인의 성과, 목표달성 정도,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친절하지만 정직하게 말해준다고 한다. 정직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조직의 팀워크를 끌어올린다.

칙필에이의 고객사랑 정신을 치열한 경쟁상황에 맞지 않는 교과서적인 구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칙필에이의 성공 공식이 일반화될 수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칙필에이의 서비스 정책은 이미 많은 기업의 연구를 통해 일반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리고 고객사랑은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가 외치는 ‘영혼 있는’ 마케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실제로 칙필에이의 2마일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이 체험한 감동 서비스를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SNS가 발달한 오늘의 IT 환경에서 칙필에이의 진정성 마케팅은 더욱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