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는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싸우는 독창적인 ‘니텐이치류(二天一流)’를 창시했다. 두 손으로 긴 장검 하나를 다루던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던졌다. 장검과 단검을 양손에 들고 싸웠다. 그는 평생 60여 차례의 결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말년에 산속 동굴에 머물며 쓴 병법서인 ‘오륜서(五輪書)’에서 이렇게 말했다. “칼을 휘두르는 자세는 5가지가 있는데 모두 적을 베기 위한 것이다. 이걸 잊으면 안 된다.” 기본 자세나 폼이 중요하긴 하지만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뛰는 40대의 한국 프로 골퍼 최호성 선수의 ‘낚시꾼 스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기계 같은 스윙 폼과 달리 기상천외한 폼이다. 스윙을 마친 폼이 마치 낚시꾼이 잡아 채는 동작과 닮았다. 그런 ‘똥폼’으로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그린으로 돌격하는 그에게 일본, 미국의 팬들도 열광한다.

그는 지난달 일본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상금 4000만엔(약 4억원)을 받아 시즌 상금을 6948만엔(약 7억원)으로 늘렸고 상금 랭킹 10위에 올랐다.

미국 주요 골프 매체들이 앞다퉈 그의 스윙을 보도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서커스 같은 스윙이지만 승리를 향한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골프가 발전하려면 최호성에게 4대 메이저 대회 예선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골프닷컴은 “독특한 스윙으로 세계 골프팬들을 매료시켰다”고 했다. 실제로 최호성 선수가 내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특별초청자 자격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내년에도 특별초청자 자격을 부여한다면 최호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나만의 방식 찾아야 성공할 수 있어

그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 마디가 없는 4급 장애를 안고 싸운다. 안양골프장 영업사원을 하다 25세에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 마흔을 앞둔 2012년 JGTO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해 합격자 35명 중에 31위로 통과했다.

그는 “국내 대회가 줄어들어 처자식 생계를 위해 일본 진출을 결심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나이가 들면서 드라이버 거리가 줄어들자 과감하게 스윙을 바꿔 비거리를 20야드 늘렸다고 했다. 그는 “40대가 되면서 비거리가 줄어들더라. 약점을 보완하려다 보니 낚시꾼 스윙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JGTO에서 활동하는 20여 명의 한국 골퍼 중 양용은 선수에 이어 나이가 가장 많지만, 올해 22개 대회에 출전해 17개 대회에서 상금을 획득할 만큼 기복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평균 비거리는 282.12야드(59위)지만, 이글·버디 횟수는 26∼27위권, 평균 타수(71.16타) 27위를 기록했다. 퍼팅(홀당 1.7569타)은 6위에 올랐다.

낚시꾼 스윙은 고육지책이고 생존을 위한 변신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프로든, 아마든 누구나 비거리가 줄어든다. 프로의 경우는 갈수록 코스 길이가 길어지고 러프가 깊어지는 추세다. 파 4홀이 500야드가 넘는 곳도 생겨난다. 드라이버를 똑바로 그리고 길게 쳐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최호성 선수는 그래서 ‘낚시꾼 스윙’이란 혼자만의 폼을 만들어 냈다.

일본 골프의 전설로 통하는 아오키 이사오 JGTO 회장은 “우리 시대엔 멀리서도 누가 스윙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개성이 없어졌다며 “최호성 같은 개성파가 계속 배출되길 바란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처세와 출세 방법을 알려준다는 온갖 종류의 자기계발서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정형화된 처세술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폼에 얽매이면 안 된다.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만 고민하라. 최호성 선수와 같은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폼, 내게 맞는 품을 찾아야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