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경제적 타격을 입은 미국 곳곳에서 경제 활동 재개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6월 10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처음으로 ‘1만 고지’에 올라섰다. 특히 미국의 5월 실업률이 하락하고 신규 고용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경제가 이미 저점을 지나 반등 중이라는 기대가 강해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였던 뉴욕은 6월 8일부터 1단계 경제 정상화 조치에 돌입했다. 1단계 경제 정상화에 따라 뉴욕에서도 건설과 제조업, 농업, 도소매 거래 등 부분적 경제 활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임스 K. 갈브레이스 미 텍사스대 교수는 ‘리오프닝’, 즉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관련 통계 수치의 회복은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에 유효했던 경기 회복을 위한 처방약이었던 부양책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탓에 더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기 회복 기대감은 환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임스 K. 갈브레이스(James K. Galbraith)미 하원 은행금융도시문제 위원회 위원, 미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원, 미 텍사스대 린든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제임스 K. 갈브레이스(James K. Galbraith)
미 하원 은행금융도시문제 위원회 위원, 미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원, 미 텍사스대 린든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미국이 시위 탓에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중도 좌파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견하는 수정 구슬을 낙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오는 11월 미 대선 직전에 ‘역대 최고의 경제 관련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 역시 ‘빠른 회복세’를 점쳤으며, 미 의회예산국(CBO)도 이에 동의했다. ① 주식시장도 미래를 낙관하는 것 같다. 이러한 예측 아래 깔린 셈법은 단순하다. CBO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분기 12% 떨어지겠지만, 3분기 들어 5.4%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② 5월 실업률이 호전되면서 2분기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CBO의 전망이 적중하더라도 대선 즈음의 실질 국내총생산 전망치는 올해 1분기와 비교해 7%포인트나 낮고, 실업률은 10%를 훌쩍 웃돈다.

낙관주의자들의 3분기 예측이 맞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인가. 소득과 일자리가 늘면서 경기도 회복될 것인가. 아니면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새로운 혁명, 즉 새로운 뉴딜 정책이 시행될 것인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퍼먼 교수와 크루그먼 교수 그리고 CBO는 동일한 심적 모형을 공유한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지진이나 9·11테러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적 충격으로 이해한다. 견고한 구조의 붕괴이자,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부터의 이탈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이 다시 뛰기 위해서 부양책을 통해 자신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양책은 소비자가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고, 이어 투자도 확대되고 모든 것이 다시 좋아진다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그의 후임자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이 감세 정책을 통해 1960년대 경기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중도 좌파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세계화와 서비스업의 확대, 개인과 기업 부채의 증가라는 미국 경제의 세 가지 큰 변화를 간과한 것이다. 1960년대 미국 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가계와 기업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는 균형 경제였고, 금융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었다. 주로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소비재를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항공우주, 정보기술, 무기, 유전 개발, 금융 등의 분야에서 투자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로 공급한다. 과거와 비교해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및 부품 등과 같은 소비재를 훨씬 더 많이 수입한다.

1960년대에는 자동차, 텔레비전, 가전제품 등이 미국 소비를 견인했지만, 오늘날에는 대학 학자금과 의료뿐만 아니라 식당, 술집, 호텔, 리조트, 체육관, 문신 시술소 등 서비스업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서비스 업계에서 일한다. 1960년대에는 임금과 주택 자산이 늘면서 가계 지출도 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고, 2010년 이후 개인 및 기업 부채가 늘었다. 집값은 현재 오르지 않고 앞으로 수개월 내에 떨어질 수도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무관심하다. 대신 소비자가 소득이나 욕구에 따라 지출하며, 소비자 지출이 기업 투자를 자극한다고 가정한다. ‘필수’와 ‘과잉’ 소비를 구분하지 않으며, 부채 부담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미국산 자본재 수요는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항공기 중 절반 정도가 운항을 중단했다. 지금과 같은 유가라면 글로벌 석유 업계는 새로운 유정(油井)을 뚫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는 완료하겠지만, 새로운 상업용 건물이나 소매점 개장은 연기할 것이다. 출퇴근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수명은 늘어나고 자동차는 물론 연료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근본적 불확실성(radical uncertainty)과 마주한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는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것이다. 정부가 한동안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부양책이 단기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언제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느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월 고용 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아마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재기의 날”이라며 “미국 경제가 ‘V 자형’을 넘어서 로켓처럼 반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월 고용 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아마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재기의 날”이라며 “미국 경제가 ‘V 자형’을 넘어서 로켓처럼 반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EPA연합

게다가 사람들은 필요와 욕구를 구별할 수 있다. 먹을 필요는 있지만, 외식할 필요는 없다. 여행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식당 주인과 항공사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중 보건상의 이유로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수요 감소가 지속할 수 있다는 문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영업 제한이 풀렸지만, 영업을 재개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영업을 재개한 경우에도 언제까지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리고 수많은 미국 서비스 업계 종사자는 그들의 업(業)이 다른 사람에게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학자금과 자동차 대출 이자는 물론 임대료, 융자, 공과금 체납 탓에 미국 가계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소득이 줄어든 상황이 지속하면 사람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비축할 것이다. 판매세와 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들면서 미국 주 정부와 지방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이는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경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이나 낸시 펠로 시 미 하원의장의 정치 전략 부재 탓만은 아니다. 지난 50년간 경제 구조는 변했다. 미국 경제는 여러모로 번영했다고 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카드로 만든 집이었고, 코로나19라는 강풍에 스러졌다.

‘리오픈 아메리카(Reopen America·미국의 경제 활동 재개)’는 경제적, 정치적 환상에 불과하다. 현 정권은 경제 반등세를 갈망하고 있고, 단기적으로 매력적인 경제 관련 통계 수치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진짜라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환멸의 문이 열릴 것이다. 구조적 인종차별과 경찰의 잔혹성에 대한 전국적 항의 시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환멸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Tip

6월 10일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6.59포인트(0.67%) 상승한 1만20.35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앞서 2월 19일에 기록한 최고치(9817.18)를 약 4개월 만에 경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 노동부가 6월 5일 발표한 ‘5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5월 실업률은 13.3%로 4월 14.7%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를 깨고 역대 최대 반등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6월 6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고용 지표를 발표하면서 분류상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고, 이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업률은 약 3%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고 특별 주석을 달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