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하락세였던 2월 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증시가 하락세였던 2월 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3개월 전에 나는 세계 주식시장 상승세가 ‘비이성적 과열’의 결과물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상황은 다소 달라졌다. 주식시장은 급격하게 상승했고 일부에서 ‘비이성적 과열’로 볼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2월 초 주식시장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세계 대부분의 주식시장이 작년 11월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강한 의문점이 남는다. 2월에 나타난 현상이 주식시장 상승장의 끝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했던 걸까?

가장 강력한 증거를 ‘짖지 않는 개’에서 찾을 수 있다. 셜록 홈스가 사건을 해결했던 것처럼 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 월스트리트에서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세 마리의 사나운 경비견은 잠들어 있었다. 이 세 마리의 경비견은 국제 유가, 미국의 장기 금리 그리고 통화다.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경계해야

우리는 지난 십 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은 현상을 의미하는 ‘로플레이션’이나 유럽의 불안정성, 장기 침체 같은 뉴노멀에 대해 걱정해 왔다. 하지만 세 마리의 경비견들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금 세계 경제와 자산 가격을 위협하는 건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과 지속 불가능한 급격한 성장 그리고 미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일처리다.

세계 경제는 지금 나름대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펼쳤던 정책을 따라하고 있다. 정부는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면서 은행이 기업 부문에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미국처럼 할 수는 없었고, 자연스럽게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3년, 유럽은 6년, 인도나 러시아·브라질 같은 거대 신흥국은 이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노력 덕분에 적어도 1~2년 동안 경기 후퇴나 심각한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금융 부문까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의 급락은 오히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금리가 오르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얼마나 임박했느냐다. 아직 대부분의 지역에서 2% 또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 일본과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인데, 이런 위협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리는 짖지 않는 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올해 인플레이션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국제 유가 상승이다. 2014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는 한때 붕괴 수준까지 갔다가 50달러 정도에 안정적으로 머물렀다. 이렇게 안정적인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에 요긴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국제 유가는 다시 50달러를 넘어 오르기 시작했고, 몇몇 전문가들은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에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각국 중앙은행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장기채의 패닉적인 매도 현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다만 운 좋게도 주식시장이 하락하자 국제 유가 상승은 일단 멈춘 상태다. 만약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세계 경제 확장세 지속 전망

미국 채권시장은 짖지 않는 두 번째 개다. 1월 초만 해도 2.5% 정도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가까이 오르면서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건 3% 가까이 오르기는 했어도 아직까지 넘어서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미국 채권 수익률이 3%를 크게 웃돈다면 확실히 미국 자산 가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채권시장 참가자들 스스로도 가까운 미래에 3%가 무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 시장 참가자들의 자기 안심은 놀라운 수준이다. 내 생각에 이런 식의 자기 안심은 언젠가 비싼 실수로 판명날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지금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5년에도 2016년에도 2017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3.2%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보다는 1%포인트 정도 낮고, 2007년에 비해서는 2%포인트 정도 낮은 수치다. 다시 말해서 채권시장에서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장기 전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와 과도한 재정지출이라는 장기적인 위험 요인에 눈을 뜬다면 이런 자신감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채권의 장기 수익률은 급격하게 오를 것이고, 투자자들이 정말 걱정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금을 줄이고,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고, 부채 한도 증액 절차를 없애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은 세 번째 짖지 않는 개를 주목하게 만든다. 통화는 주식시장의 동요에서도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침묵에는 일리가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물가 상승 압력에 동요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확실히 나머지 세계 경제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최근 유럽과 일본 그리고 많은 신흥시장에서 주기적인 경기 회복이 보였고,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경제 운영도 미국보다 훨씬 더 견실하다. 이 사실이 암시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경기 확장과 자산 가격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지만, 세계 경제를 이끄는 리더십은 미국에서 다른 지역, 유럽과 일본 그리고 신흥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자본주의 4.0’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