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미국 포드 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포드차는 그 당시 10만 명 이상의 사람을 고용했다. <사진 : 미 자동차박물관>
1900년대 초 미국 포드 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포드차는 그 당시 10만 명 이상의 사람을 고용했다. <사진 : 미 자동차박물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열기를 보아하니 머지않아 운전자 없이 달리는 차와 트럭이 도로를 가득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컴퓨터와 로봇이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담당하는 많은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개발 속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술 개발로 인간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게 놀랍지 않을 정도다. 이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적지 않다. 앞으로 트럭과 택시가 스스로 운행된다면 지금 택시와 트럭을 몰고 있는 수백만명의 운수업자들은 어떻게 될까. 컴퓨터가 회계사나 의료 종사자의 업무를 대신한다면 이들의 일자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점점 더 적은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현재 고용된 상당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미국은 새로운 기술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물론 실패 사례도 나오겠지만, 미국 전체적으로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곧 다른 직장을 찾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대규모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기술 변화는 경제 성과를 확대하고 우리 삶의 잠재적 질을 더 높일 것이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계속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기술혁명 때도 미국은 ‘완전 고용’

내가 이렇게 낙관적일 수 있는 이유는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가 쭉 새로운 기술에 잘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빠른 기술 변화는 더 이상 우리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대체 기기와 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 변화를 경험했다.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오르내리는 동안 미국 경제는 언제나 ‘완전 고용’ 상태로 수렴했다.

이런 추세는 제조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제조업에서 로봇과 자동화 기기는 지난 수십년간 생산 노동자를 대신했다. 1950년대 1300만명이었던 제조업 분야 노동자수는 현재 90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그 사이 제조업의 실질 생산량은 75% 증가했다. 제조업을 떠난 인력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컴퓨터 역시 많은 서비스산업에서 인간 업무를 대체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엘리베이터 운전기사를 볼 수 없다. 교환대 직원도 사라졌다. 많은 승객이 자동체크인 기계에서 직원 없이 비행기 티켓을 뽑는다. 로펌과 회계법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았으면 전문인력이 했던 업무를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실업률은 4.9% 수준으로, 최근 몇십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노동 시장의 40%를 구성하는 미국 대졸자 실업률은 이보다 낮은 2.7%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 대졸자들이 노동 시장의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전체 실업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터에서 로봇과 컴퓨터가 사람 업무를 대체하며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노동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일하는 데 더 적은 시간을 쓰고, 여가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790시간에 이른다. 한 해 평균 1371시간을 일하는 독일 근로자보다 30%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미국 노동자의 경우 로봇이 도입되더라도 근로시간을 더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도쿄 하네다 공항 2터미널에 전시된 일본 히타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에뮤3 모델을 아기를 안은 엄마가 보고 있다. 에뮤3 모델은 사람과 대화는 물론 신체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사진 : 블룸버그>
도쿄 하네다 공항 2터미널에 전시된 일본 히타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에뮤3 모델을 아기를 안은 엄마가 보고 있다. 에뮤3 모델은 사람과 대화는 물론 신체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사진 : 블룸버그>

제조업 일자리 줄지만 서비스업에선 늘어

근로시간 감소는 우리 삶의 질을 더 높여줄 것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더 오랜 휴가, 더 긴 주말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여행과 외식, 야외활동 등 서비스 분야에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낼 것이다. 고령화에 따라 간호, 돌봄 서비스에서 인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런 트렌드는 서비스 분야에서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현재 81% 수준인 미국의 서비스 분야 고용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컴퓨터와 로봇이 빠르게 우리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지만, 이들이 인간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로봇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도울 수는 있지만, 환자를 감동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하는 한 실업률은 일정 수준에서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직업을 선택할 때 로봇이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고려해야 한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유럽연합(EU)의 절반 이하다. 미국과 유럽 실업률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유럽의 많은 노동 규정은 회사와 근로자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노동법에는 이런 규칙이 없다. 미국이 지금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자유롭게 받아들인다면 노동자 역시 기술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전미경제조사 연구소 소장,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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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고용(full employment)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동 능력을 가진 모든 이들이 고용된 상태를 말한다. 이직(移職) 등 마찰적 실업을 제외한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