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에서의 깜짝 발표에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등을 보면 현 정부의 고용 정책 추진이 너무 거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 정부 고용 정책이 ‘좋다·나쁘다’의 가치판단을 떠나서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너무 조급하게 실행하면 기대효과보다 부작용만 얻기 쉽다. 왜 이제 막 들어선 정부가 아이러니하게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

고용 정책 특히 노동 수요 관련 정책은 산업 정책과 독립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는 게 있다. 바로 휴대전화·반도체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 그리고 코스닥의 성공적인 출발이 그것이다. 당시 김대중정부의 IT 산업 육성 정책과 코스닥 시장의 출범은 IT 산업에 대한 많은 투자와 그로 인한 고용창출, 내수회복을 이끌어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일본 아베정부의 세 개의 화살이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 화살로 돈을 풀어 외환시장에서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고 (실제로 1달러에 80엔 하던 환율을 서너달 만에 1달러에 120엔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 화살로 소비세 인상 등으로 재정이 과도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세 번째 화살로 공개적으로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을 압박해 고용창출과 실질임금 상승을 이뤄냈다. 즉, 일본은 화살을 하나하나 날렸다가 실패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극단적으로 강화된 세 개의 화살을 한꺼번에 날린 것이다. 특히 전 산업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후 그 이윤이 정부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큰 그림’ 그릴 전문가 그룹 부재

그러한 선순환의 기대심리를 자극한 것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냈다. 또 이것이 20~30년간의 불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러한 산업 정책에 비하면 우리 새 정부의 고용 정책은 다소 ‘큰 그림’이 결여된 느낌이다. 특히 구직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안에선 산업 정책과 고용 정책을 연계해 큰 그림을 그릴 ‘전문가 그룹의 부재’가 느껴진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고용 정책 관련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전면에 나섰다. 대통령이 앞장서겠다는 뜻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치나 행정 분야와 달리 경제 분야에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다. 새 정부 고용 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고용 확대가 공공 부문으로 한정된 채 제안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조급함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아울러 공공 부문에 한정된 정책은 ‘시장실패’를 (혹은 그것에 대한 우려를) 통해서 정당화되고, 시장실패에 대한 분석 없는 공공 부문 확대는 필연적으로 정부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명제다.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에 대한 어떤 정량적 논의를 생략한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고용확대라는 명분을 앞세워 공공 부문을 동원하는 모습에서 다시금 전문가 그룹의 부재가 아프게 느껴진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부문의 마중물을 만든다는 논리 역시 그다지 정교하지는 않다. 우리 경제의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공공 부문 일자리 하나가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몇 개나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끝으로 왜 일자리 추경 등의 고용 정책을 새로운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 밀어붙이는가 하는 것이다. 인사와 조각 문제를 우선 마무리하고 완성된 정부 조직을 통해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더 큰 그림에 기반을 둔 완비된 정책으로 국회 동의를 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고용창출, 경제성장의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고 경제의 영역이다. 이 때문에 정책 목표 수립단계보다 정책의 구체적 기획과 실행과정에서 더 많은 분석과 조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좀 더 고른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심승규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석·박사, 미시간대 로스비즈니스스쿨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