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자유 무역의 승자였던 ‘자유 국가’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부(富)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입안자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나의 조국인 프랑스처럼 불행한 사태에 처할 수 있다. 중도좌파 사회당을 창당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1981년 선출된 이래로 프랑스는 꾸준히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실시했다. 정부는 꾸준히 세금을 인상하고 공공 지출을 늘렸고, 규제를 강화했다. 심지어 자크 시라크(1995~2007년 집권)와 니콜라 사르코지(2007~2012년 집권) 대통령 등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정부에서도 꾸준히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했다. 이는 정부가 자유 경제에 개입했을 때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늘 경제 성장을 저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린 르 펜 프랑스 국민전선당 대표 같은 정치인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경상계정 감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는 미국 기업의 경영난을 나타내고, 미국인들이 자국 제품 대신 수입품을 더 많이 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역 적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조사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 정책은 유효한 경제 이론에 근거해야지, 개인의 직관과 감정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경제 이론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미래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거의 저금하지 않고, 투자하기를  원하는 개인 A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 만약 현재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화와 서비스를 누리길 원한다면, 어디에선가 돈을 빌려야 할 것이다. 즉, A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가 팔고 있는 것(노동력)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만약 A를 국가에 비유한다면, 무역 적자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A는 반대로 행동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가 그에게 만족감을 주며, 스스로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느낀다. 지금 빌린 돈은 나중에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도한 규제는 경제활동 장애물

국가의 무역 적자와 그에 상응하는 자본 수지 흑자는 국가 거주자들이 내리는 결정의 취합이다. 만약 국민들이 현재 투자를 위해 돈을 저축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돈을 빌려야 한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무역 적자로 인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추후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미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미국은 저축률이 조금 낮지만, 투자 기회가 상당하다. 야심 있는 창업가와 기술 분야의 혁신으로 미래 수익을 안겨줄 투자처도 많다. 그 결과 많은 미국인은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려오게 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버는 수준에 비해 저축률이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모순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다. 교환에 참여하는 개인은 자신이 포기하는 것 이상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판매보다 구매가 바람직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적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무역과 관련된 논의는 이 상식을 뒤집는다. 수입, 즉 구매는 나쁜 것으로 간주되고 수출(판매)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개념은 합리적인 개인의 행동과 부합하지 않지만,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원리로 통용되고 있다. 케인스주의 견해는 경제 구성원이 무역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총수요를 극대화하기를 원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낮은 경제 성장이나 실업 같은 경제 문제는 총수요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장애물에는 업무, 혁신, 저축 및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과세나 규제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경제적 문제의 원천이라면 경상 수지 균형을 강제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제시했다. <사진 :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제시했다. <사진 : 블룸버그>

보호무역은 미국에 해로울 것

또한 무역 수지 적자는 국내외 저축 및 투자 활동을 반영한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무역 수지 적자가 억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얼토당토않다. 보호주의는 단순히 수입 업자가 수출 업자로부터 재화를 사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국제 무역을 감소시킬 것이다. 이는 수입과 수출의 균형을 변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경제 이론에 따르면 보호무역은 특히 미국에 해로울 것이다. 사실 자유 무역의 이점이 상당히 많으므로 상대국이 자유 무역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자국부터 자유 무역 체제를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제 수지 균형과 관련해 국가의 화폐 균형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달러를 생산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미국은 그 달러를 이용해 해외 재화 혹은 서비스를 얻는다. 이는 미국이 무역 적자를 애석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정책은 항상 실패할 것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금융 및 화폐 자산 수출의 부산물이다. 또 이것들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누리는 생활 수준에 기여한다.


▒ 파스칼 살린(Pascal Salin)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회장, 국제통화기기금(IMF) 고문, 국제연합(U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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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계정(current account·經常計定)
국가나 기업 등의 경제단위가 행하는 거래 중, 규칙적이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성질이 있는 거래의 수지를 나타내는 계정이다. 자본계정(capital account·資本計定)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쓰이며, 조세수입, 공무원 급여, 관청의 업무집행 비용 등 투자(投資) 이외의 것으로 정부기관의 손익에 해당하는 수입과 비용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