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61)가 7월 13일 숨을 거둔 이후 중국이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대표의 언론 성명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류샤오보가 석방되고, 외국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기 위해 안전하게 중국에서 벗어나는 것을 소망했다. 전 세계가 지켜봤지만, 중국은 (류샤오보를) 석방하지 않고 류샤오보의 고립을 유지했다. 중국 정부는 그의 조기 사망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UNOHCHR)도 “중국은 물론 세계의 인권운동에 헌신해왔던 투사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다섯 차례의 체포와 투옥에도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길을 고집해 ‘우리 시대의 만델라’로 불렸던 그가 부인의 ‘자유’를 위해 원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치료를 중국 당국은 끝내 거부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촉망받던 학자였던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체류하던 1989년 베이징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톈안먼 시위가 벌어지자 급거 귀국했고, 이후 민주화운동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발표된 ‘08헌장’ 작성과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2009년 12월 국가 전복 선동죄를 적용받아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이던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선정됐고, 중국 당국은 이를 이유로 연어 수입금지 등 노르웨이에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류샤오보 치료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중국의 입장은 간결했다. “중국 사법주권을 존중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기를 바란다.”(겅솽·耿爽·중국 외교부 대변인) 서방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들고나올 때마다 나오는 반박이 ‘내정 간섭은 안 된다’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 원칙이다.


타국 배려하는 모습 찾기 힘들어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전통적인 외교 원칙은 남·북한을 대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와 모순된다.

류샤오보가 세상을 뜬 날 발표된 중국의 상반기 대외 무역 통계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은 13.2% 감소하고 수출은 29.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중국과 북한의 교역액은 25억5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전년보다 10.5% 늘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황쑹핑(黃頌平) 해관총서(관세청) 대변인은 “북한의 민생과 관련 있는 교역, 특히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한 무역활동은 제재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도 북한의 철광석 수출 증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철광석 수출은 민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지만 다음 날인 14일까지도 중국의 일부 영문 매체를 제외하곤 주요 신문·방송·인터넷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류샤오보의 사망은 북한 인권을 그토록 강조하는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인권에는 등을 돌리는 모순된 모습을 부각시킨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 이후 불거진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와 한류 드라마 방영 규제 등 중국의 경제 보복 행보는 한국에서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국의 핵심 이익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중국에서 타국의 핵심 이익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굴기(崛起·우뚝 섬)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영향력 확대는 경제력과 군사력 증진만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인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보편 타당성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이게 결핍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강한 외교’ 행보는 ‘인권’과 ‘내정 간섭’에 대한 모순된 모습만을 드러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