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연 매출 202조원, 영업이익 29조원, 고용 인력 9만4000명의 세계 반도체와 스마트폰 1위 기업이다. 올해 영업이익이 50조원에 달할 전망이고 간접고용을 포함하면 20여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52조원 중 3조2000억원이 삼성전자가 납부한 세금이다. 2위 현대차(1조4000억원)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용 인력이 내는 소득세, 공장이 내는 재산세를 합하면 재정 기여도가 엄청나다. 기업은 고용과 납세로 국가에 기여한다. 이런 면에서 삼성전자의 국가 경제에 대한 공헌도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7월 4일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번 1단계 투자 금액만 16조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약 21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모두 37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다. 한국의 전체 연간 설비 투자 규모가 140조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투자인지 알 수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44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세금 17조원을 투입해 공무원 17만 명을 늘린다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최근 다른 제조업들이 가동률 71%의 장기불황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수출과 투자로 성장률마저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해외에서 삼성에 대한 러브콜은 상상을 초월한다. 콧대 높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삼성전자 반도체 중국공장을 자신의 고향 시안에 유치하기 위해 삼성 평택공장을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그런 구애를 한 끝에 2012년 드디어 시안에 70억달러(약 7조9100억원)가 투자된 삼성반도체 중국공장의 건설을 이끌어 냈다. 시안이 상전벽해가 된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은 공장 주변 도로를 ‘삼성로’로 명명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무려 50년간의 법인세 혜택을 이례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 우려

이런 삼성전자의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잘못이 있으면 누구나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꼭 구속 수사에 이어 실형을 선고해야 했는지, 법을 잘 모르는 경제학자로서는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생각할 때 그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번 선고가 삼성전자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브랜드 가치 추락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글로벌 브랜드 명성 한 번 얻기는 힘들지만 추락은 순식간이다. 한국이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해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제값 받고 선진국 시장에 물건을 팔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데 30여 년이 걸렸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아마도 추격하는 중국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둘째, 미국 부패방지법 피소에 따른 수조달러 과징금 부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독일 지멘스가 8억달러, 프랑스 알스톰이 7억7000만달러 과징금을 낸 적이 있다. 셋째, 틈만 나면 호시탐탐 한국 기업들을 노리고 있는 투기자본들의 투자자 국가 간 제소(ISD) 가능성도 있다. 넷째, 주요국 정부·공공기관·국제기구 등 주요 국제 조달 시장 참여 배제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첨단기술 벤처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있다. 인수·합병에는 현장조사와 협상, 과감한 투자 결정 등 오너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으로 향후 인수·합병이 어려워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할 경우 과감한 의사결정 지연과 단기성과주의, 전문경영인의 사익 추구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반도체·자동차 부문이다. 다른 부문은 대개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다. 삼성에 입사하기 위해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진로 문제도 심각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