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 블룸버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 블룸버그>

많은 사람들은 세계 경제가 궁극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대다수 경제 평론가들은 10년간 지속된 통화 팽창 정책의 ‘출구’를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대차대조표를 ‘정상’ 수준으로 줄이고, 이자율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전의 정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경제 전망치는 수년간 떨어지다가 지난해 살짝 올랐다. 금리도 약간 인상됐다는 좋은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는 여전히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유지 중이고, 완만한 성장 속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 회복을 위해선 정부부채의 화폐화(정부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국채를 인수하게 만들고 그 대가로 화폐를 받는 것) 등 재정부양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7년 이후로 10년간 유로존·일본·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겨우 0.3%, 4.4%, 5% 증가했다. 금융 위기 이전 1.5~2% 수준의 연평균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공급 측면의 요인을 반영한다. 생산성 증가가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명목 GDP는 매년 미국에서 2.8%, 유로존에서 1.5%, 일본에서 겨우 0.2% 증가했다. 완만한 성장세와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는 수치다.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은 5년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고 지난 다섯달간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경제학자들은 ‘무료’ 휴대전화 통화 서비스 같은 요인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측정치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일 뿐이다. 심지어 일본의 코어 인플레이션이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공통적이고 장기적인 단 하나의 요인으로 이 세계적인 기현상을 설명해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5개월간 하락세

현재 문제의 핵심은 노동 시장이다. 실업률이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임금 성장률은 여전히 낮다. 일본이 가장 극단적인 경우다. 노동력 감소, 최소 이민율, 2.8%의 실업률 등 모든 지표가 임금 상승 가속화를 예고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고용주들에게 노동자 임금 인상을 아무리 요구해도,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6월 총임금은 0.4% 증가에 그쳤다. 미국에서 나오는 지표를 살펴보면, 매월 일자리 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임금 성장률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30년 동안 노동조합의 힘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노동 시장이 유연해졌다. 둘째, 세계화로 인해 노동자들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노동 시장에 뛰어들어 임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보통신(IT) 기술이 모든 경제 활동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예비 노동력이 있는 완전히 유연한 노동 시장에서 어디든 존재하는 자동화 가능성은 완전 고용 상태에서도 실질 임금 상승을 가로막을 수 있다.

한편 명목상 수요는 미해결 부채들로 지탱되고 있다. 1950년부터 2007년까지 선진국 경제의 가계 부채 비율은 GDP의 50%에서 170%까지 커졌다. 2008년부터 부채는 가계에서 공공 부문으로 전환되어 왔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금융 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피할 수 없는 결과이자 충분한 수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중국의 대규모 부채 증가도 문제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8년 약 140%에서 현재는 250%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부채와 가계부채의 총합은 2007년 세계 GDP 대비 180%에서 2017년 3월 220%까지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이자율은 새로운 경기침체의 위험 없이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


중국 GDP 대비 재정적자 3.7%로 올라

채무 과잉 상황에서 확장적 통화 정책은 비효율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해가 되고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부채 부담이 클 때는 투자나 소비 모두 초저금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한편 매우 낮은 금리는 자산의 가격을 올린다.

이는 이미 부유한 사람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고,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은행 예금자들의 소득은 감소시킨다. 이들은 채권자들이 소비를 늘리는 양보다 더 큰 규모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총소비는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6년 “확장적 통화정책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제를 정상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재정 확대를 촉진할 경우에는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명목 GDP는 2007년부터 유로존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로존의 부채가 GDP 대비 3.5%였던 반면 미국의 부채는 7.2%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14년 0.9%에서 오늘날 3.7%로 올랐다. 일본의 지속된 성장은 2020년까지 계속되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통해서만 보장된다. 일본은행은 GDP 대비 75%가량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누적된 정부 부채를 영구적으로 현금화하면서 국채의 일부를 영원히 보유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부분적인 경제 회복이 금융 위기 이전의 정상 상태로 회복하는 것 혹은 통화 정책이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금리 인상은 좋은 소식이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명목 수요의 조그만 위험으로도 부분적으로 역행할 수 있다. 따라서 약간의 높은 금리는 현 정책의 불평등 효과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그 정도 수준에 그칠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 나는 일본과 유로존의 금리가 1%를 밑도는 수준인 반면,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2020년에 2.5%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의심스럽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2%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완만한 성장세는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잃어버린 10년’을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는 매우 강하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정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워 보인다.


▒ 아데어 터너(Adair Turner)
영국 금융감독청장, 신경제사고연구소 운영위원장, 영국산업연맹(CBI) 대표, 메릴린치 유럽법인 부회장, ‘부채와 악마 사이에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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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곡물 이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일시적으로 급등락하는 품목을 제거하고 난 뒤 산출하는 기조적(基調的) 물가지수. 근원인플레이션 또는 핵심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