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 :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 : 블룸버그>

유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2015년 1월 필자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유가가 연말에 연초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 예상이 틀린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석유 시장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대규모 아부다비국제석유전시총회(ADIPEC)에서 연설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석유 경영진들은 모두 내년 이맘때 유가가 현재처럼 배럴당 60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후 필자는 CNBC 기자인 스티브 세드윅과 인터뷰에서 “유가가 1년간 변동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세드윅은 왜 내가 다른 전문가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유가 예측에 앞서, 미리 설명할 부분이 있다. 유가 예측은 필연적으로 헛고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화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보이는 효과까지 있다. 필자는 1970년 말부터 1980년 초 석유 시장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때 이미 유가를 추측하는 일이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고 결론내렸다. 이후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며, 원자재 분석가가 혼란스러운 유가 추이를 분석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기까지 했다.

인터뷰 도중 세드윅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최근 많은 자산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 이론적으로 그가 맞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석유 수요 ‘꿈틀’

하지만 통화, 채권, 주식 시장에서 변동성이 줄어든 이유는 전 세계적인 저(低)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조정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이 요인들이 유가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특히 에너지 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이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석유 시장의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전문가들은 당연한 사실을 올해 들어서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가 추진력을 얻었고 연 4%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10대 경제국 중 8개국이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무리 많은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려 한들,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즉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함께 석유 시장은 당분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공급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왕가 숙청과 이란과의 대립 등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형제 상속에서 부자 상속으로 왕위 계승의 전통을 수정했고, 이란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 시장 참여자들은 유가에 프리미엄을 더하고 싶어 한다.

ADIPEC에서 두번 연설하면서 브렌트유 현물가와 5년물 선물가 추세에 대한 자료를 공유했다. 그동안 필자는 석유 균형가격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법이 부족했기 때문에 5년물 선물가 예측하는 것을 주저했다. 2015년 11월에 설명했듯 브렌트유의 현물가는 투기적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고, 이 때문에 순수하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유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

2017년 11월 초 유가가 급상승하기 전에 만든 자료에 따르면 5년물 브렌트유 선물가가 안정기를 거친 후 상승할 것을 보여준다. 유가의 현물가가 5년물 선물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세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물론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오른다 해도 놀랍지는 않다.

세드윅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다른 사람들의 의견처럼 유가가 2018년 11월 배럴당 60달러를 맴돌 수도 있지만, 나는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세드윅은 석유 회사들이 어떻게 해야 주기적 요인들에 영향받지 않고 투자하고, 영업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석유 기업들이 유가 상승기 동안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장기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도중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석유 회사들이 내가 완성하지 못한 원자재 분석을 끝내야 한다. 근원적인 석유균형 가격을 측정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장 동료, 시장 분석가, 업계 관계자들의 겉멋 든 조언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 짐 오닐(Jim O’Neil)
영국 서리대 박사, 영국 재무부 차관, 맨체스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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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Brent oil)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미국의 서부텍사스유, 아랍에미리트연방의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힌다.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 원유다. 산유량은 하루 약 75만 배럴에 달한다.

Plus Point

최근 국제유가 끌어올린 사우디 권력 다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 조선일보 DB>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 조선일보 DB>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숙청 사태, 사우디와 이란 간 주도권 다툼 심화로 중동지역 긴장이 높아지며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배럴당 70달러 선에 다가섰다.

국제 유가는 10월 27일 변곡점을 지났다. 배럴당 60달러의 벽을 넘은 것으로 2014년 이후 계속된 저유가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10월 27일 선물 시장인 영국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02% 오른 배럴당 60.5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3일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그 한 주 동안 무려 4.7%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왕자 11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하는 등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권력을 강화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감산 연장을 주도하고 있는 그의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를 낳으며 석유 매수세를 자극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높은 주가를 인정받으려면 유가를 올려야 한다. 빈살만 왕세자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