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도로, 철도, 공항과 같은 대규모 교통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고 대회 운영비도 마련해야 한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투자가 15억달러에서 50억달러까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대회 운영비만 본다면 벤쿠버동계올림픽 때는 약 15억달러의 운영비를 사용했다. 이 중에서 6억7000만달러는 IOC 지원금, 4억달러는 캐나다 현지 기업의 협찬, 4억달러는 티켓 및 용품 판매였다고 한다.

4억달러 규모의 티켓 및 용품 판매는 대회 운영예산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고 한다. 올림픽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는데 판매율이 불과 30%밖에 되지 않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 판매라고 한다. 내국인 판매 통계만 본다면 우리 국민이 올림픽에 관심이 없거나 올림픽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추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림픽 티켓 가격은 국민 참여를 확대하거나 저해할 수도 있는 중요한 툴이 될 것이다. 올림픽 티켓 가격을 책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을 살펴보자.

먼저 수입 극대화와 관중 수 최대화의 이해상충 요인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수입을 늘릴 수 있지만 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져 자리가 많이 빌 것이다.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자체에 표를 떠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종종 부작용이 따른다. 베이징올림픽의 필드하키 경기에서 이런 식으로 좌석을 채우기는 했으나, 경기 룰을 모르는 관중들이 엉뚱한 대목에서 환호를 해서 외신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관중 수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이해하고 즐기는 관중으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뿌리는 표는 최소화해야 한다.


인기 종목 티켓 가격 너무 높아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상대적인 체감 평가도 문제가 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기준 가격보다 티켓 가격이 과도하게 높으면 소비자는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준 가격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내 프로 스포츠의 관람료다. 인기 좋은 프로야구의 경우 내야석의 티켓은 1만3000원의 저렴한 가격이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를 상대로 평창 인기 종목의 티켓 가격을 30만~40만원에 책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벤쿠버올림픽의 인기 종목 가격도 30만원 정도였는데 캐나다 국민들은 평소에도 야구는 6만원, 아이스하키는 13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므로 높은 가격에 익숙한 국민과 낮은 가격에 익숙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다음에 고려해야 하는 점은 일반석과 VIP석의 비율이다. VIP석이 많으면 수익은 좋지만 빈 의자가 많이 생길 확률이 크다. 중국 상하이 마스터스 테니스 경기는 다른 테니스대회보다 유독 VIP 좌석이 많이 배정돼 있는데 결승 경기에서조차 VIP석은 많이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석은 꼭대기 좌석까지 매진인 것과 대조된다. 이는 기관이 대량으로 구매해 배포한 티켓을 VIP들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는 VIP석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채워진다. 그리고 이미 대회 3개월 전에 대부분 경기 표가 매진된다.

우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보자.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문화·환경·평화·경제·정보통신 올림픽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 이번 올림픽은 촛불 시위와 태극기 집회로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좋은 계기다.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국민은 진정 하나였다. 그때는 이념, 세대, 빈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두 대회를 치르면서 얻은 국민적인 자부심과 국제 사회의 인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두 개의 대회를 치르고 나서 손익계산이 어떠했는지 따지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도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통합이라는 무형의 소득을 올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