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공화당은 이르면 12월 초 세제 개혁 법안을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상원 공화당은 이르면 12월 초 세제 개혁 법안을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의회는 중대한 세금 개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세금 법안은 법인세를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치에서 최저치로 내려가는 셈이다.

아울러 미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미국에 추가적인 세금을 납부하지 않도록 허용한다. 세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앞으로 10년간 미국 정부 부채가 1조5000억달러(1615조원) 증가해 재정 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도 재정 적자를 싫어하고, 재정 적자의 위험성에 대해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에 찬성한다. 법인세를 낮추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부채 증가라는 부작용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세율이 낮아지면 미국 기업 부문에 자본이 늘어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미국 세율이 더 이상 높지 않게 되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본국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되고, 해외 자회사 수익을 해외에 남겨두지 않고 본국으로 송금하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 축적해 놨던 해외 수익(미국 재무부 추정 2조5000억달러 규모)의 일부도 송금하게 될 것이다. 다른 국가의 기업들 역시 낮은 세율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미국에 자회사를 늘리거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 자본은 농업과 주거 부문에서 기업으로 이동하게 될것이다. 기업의 생산성이 다른 부문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 부문의 자본 증가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10년간 적어도 5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 기업 부문의 자본이 늘어나면 생산성과 실질임금도 높아진다. 2027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000억달러(GDP의 1.7%)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물가 기준으로 가구당 4000달러의 소득 증가를 의미한다.


정부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것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들은 재정 적자와 관련된 주요 부작용들을 상쇄할 것이다. 세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네 가지 부작용을 우려한다.

첫째, 정부 차입은 민간 자본의 형성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세금 증대로 인한 민간 소비 감소)를 유발한다. 둘째, 국가 부채의 이자 증가로 세금 인상 혹은 국방·비국방 예산의 지출 감소가 요구된다. 셋째, 총고용 상태에서 재정 적자는 불필요한 총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넷째, 부채 비율이 높으면 경제적 긴급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줄어든다.

필자는 향후 10년간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도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째, 비판론자들의 우려와 다르게 세금 개혁으로 민간 자본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1조5000억달러의 정부 차입이 민간 차입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자본금은 그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1조5000억달러만큼 법인 세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기업의 자본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다른 국가로부터 자금이 유입돼 미국 내 자본은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입이 늘어난다 해도 세금 개혁안으로 향후 10년간 5조달러 규모의 민간 부문 자본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 정부의 세수는 늘어날 것이다. 2027년까지 연간 총소득이 5000억달러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세수는 매년 1000억~1500억달러씩 늘어난다. 이는 정부의 추가 부채(1조5000억달러)의 이자인 600억달러를 충당하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돈이 남아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거나 인세를 낮출 수도 있다.

셋째, 재정 적자 증가로 총수요가 불필요하게 자극될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됐다. 재정 적자 자극 효과와 법인 투자 증가는 오히려 환영받을 일이다.

우선 총수요 자극은 연방준비은행의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에 대한 영향을 상쇄한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9년간의 경제 호황기를 마치고 앞으로 5년 안에 불황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침체기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총수요 자극은 반드시 필요하다.


美, 2018년 의회 선거 이후 부채에 주력해야

넷째,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지난 10년간 두 배 증가해 현재 77%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추가 입법 없이도 미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2027년 91.2%로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금 개혁으로 1조5000억달러의 부채가 추가되면 부채 비율이 97%까지 올라간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긴급 군사 상황이나 경기 침체기에는 정부가 추가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2009년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정부가 9000억달러를 지출했을 때 미국의 부채 비율은 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97%까지 부채 비율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이유 때문에 필자는 법인세 인하의 이점이 재정 적자와 연관된 부작용을 상쇄한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2018년 의회 선거 이후 재정 적자 감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탄소 배출세나 정부 복지 지출 감소가 정부의 부채 비율을 2009년 경기 침체 전으로 낮추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선 세제 개혁부터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전미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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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효과 경제학에서 정부 지출 증가 때문에 발생하는 민간 부문의 소비 및 투자 감소. 세금 증대로 정부 지출을 늘리면 늘어난 세금이 민간 소비를 줄어들게 한다. 세금에 의한 정부 지출이 아니라면 늘어난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 차입은 이자율을 올려 민간 투자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Plus Point

美 법인세 감세안 의회 하원 통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감세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감세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하원이 11월 16일(현지시각)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세제 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한국(22%)의 법인세율보다 낮아지게 된다.

감세안은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상속세 폐지, 해외 유보금 환입 시 저율 과세(12%), 최저한세율 폐지, 투자세액공제 도입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6년 세제 개편 이후 가장 규모가 큰 감세안”이라며 “법인세율이 1939년 이후 가장 낮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여당인 공화당은 12월 초 상원에서도 감세안을 표결 처리한 뒤 크리스마스 전에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감세안을 분당 1마일 속도로 처리하고 있다”며 “로비스트들이 미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하원의 감세안 처리를 축하한다”며 “연내에 감세안을 처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