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츠키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블룸버그>
칼레츠키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블룸버그>

전 세계 주식 시장이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비이성적 과열’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조만간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들은 정부의 인위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통화 자극 때문에 경기에 거품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경기 부양은 일시적이지 않다. 수익과 고용의 구조적 확대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은 성숙되고 있다. 이 낙관론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유럽·중국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견고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경제는 완연한 부흥기에 들어섰다. 주요 경제국의 동시적 성장은 언젠가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의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이는 먼 미래다.

유럽의 높은 실업률, 중국의 유휴생산능력(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추가 생산여력)과 더불어 기술과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박을 고려하면 경기 과열의 위험은 수년 뒤의 일이다.

아울러, 강한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생길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자극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즉, 당분간 통화 긴축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금융 위기 이전의 ‘정상’으로 간주되던 통화 조건으로 빠른 시일 내에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

대신, 적어도 2020년 말까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주식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주식 시장은 물가상승률보다 평균 4~5%포인트 높은 수익을 낼 것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1월 30일 사상 처음으로 2만4000선을 돌파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1월 30일 사상 처음으로 2만4000선을 돌파했다. <사진 : 블룸버그>

美 경제 양적완화 중단해도 꾸준히 성장

둘째, 과거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시중에 자금을 푸는 정책) 시행은 모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제로 금리의 경제적 효과는 검증됐다. 10년 전만 해도 유례없는 통화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은 커다란 금융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통화 자극을 ‘불법 마약’에 비유했다. 경제 활동과 자산 가격을 잠시 회복시키지만, 인위적인 자극을 멈추거나 줄이면 필연적으로 슬럼프가 오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양적완화로 촉발된 경기 회복세는 정책이 바뀌는 순간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합리적인 관점이 아니다. 양적완화는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낸 성공적인 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4년 초 장기 유가증권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듬해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하고 2015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회의론자들이 예측한 ‘금단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대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자산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연준이 5년 전 ‘테이퍼링’을 언급했지만, 주식 시장은 이후로도 성장하고 있다.

미 연준의 성공적인 정책 실험은 낙관론의 셋째 근거를 제시한다. 미국이 통화 자극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하면서, 세계에 경기부흥 로드맵을 제시했고, 다른 국가들은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의 5년 뒤인 2013년 전면적인 통화 자극 정책을 시도했다. 유럽은 7년 뒤인 2015년 3월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뒤이어 올해 많은 신흥국들이 통화 자극 정책을 시작했고,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즉, 전 세계 모든 국가가 10년 전 같은 시기에 통화 정책을 실시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산 가격 지속 상승 예상

이는 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유럽과 일본은 적어도 2020년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전 세계 자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켜 준다. 유럽의 실업률과 아시아의 과잉 투자는 세계 주식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불마켓(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장)이 지속되는 네번째 이유다. 미국의 기업 수익이 7년 동안 상승하면서 한계에 달했지만,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익의 상승세는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다. 이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한다. 미국의 투자 여건이 안 좋아져도 유럽과 일본, 신흥국 시장의 자산 가격은 앞으로 빠르게 오를 것이다.

물론 장기적 구조적 불안 때문에 낙관론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저금리가 정말로 부채 부담의 증가를 해결할 수 있나. 주요 국가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나. 국가주의 혹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화를 압도할 것인가. 불평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가.

불안 요소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질문들은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수년간 정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장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는 오늘날 단기적인 현상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기의 투자자는 부채 부담,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으로 불안해한다. 반면 경제 성장기에는 저금리, 레버리지(차입금), 기술 진보 등의 이유로 투자를 결정한다. 사실 부채 부담과 차입금, 생산성 저하와 기술 진보 등은 같은 현상에 대한 시각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투자자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전환되면, 자산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하고 불마켓은 위험 수준의 절정에 다다를 것이다. 가상화폐와 같은 일부 투기 자산들은 이미 이 지점에 도달했고, 공기업 주가마저도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주식 시장의 가치 평가는 과도하지 않다. 투자자들도 지나친 낙관론에 취해 있지 않다. 이러한 주의 깊은 평가가 계속되는 한 자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자본주의 4.0’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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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1996년 들어 미국의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때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테이퍼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 출구 전략의 일종이다. 테이퍼링은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뜻으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언급하면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