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6년 2만달러대에 올라선 지 12년 만이다. 3만달러대 진입은 선진국 문턱을 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문턱을 완전히 넘은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총 28개국이다. 한국은 2만9730달러로 추정돼 3만달러 바로 아래에 있고 새해에 3만919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가 3만1618달러로 한국 위에 있고, 바로 아래에 스페인이 2만8212달러로 랭크돼 있다.

이탈리아는 2004년에 3만달러대에 진입한 후 지금까지 3만달러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은 2007년 3만달러대에 진입했다가 2011년 재정위기로 그다음 해 다시 2만달러대로 추락한 후 지금까지 2만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그리스는 2008년 3만달러에 올라섰으나 2009년 다시 2만달러대로 추락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만8945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소득 3만달러대가 선진국으로 안착하느냐 추락하느냐의 기로라는 점을 보여 준다. 3만1618달러의 이탈리아 위로는 일본(3만8550달러), 영국(3만8847달러), 프랑스(3만9673달러), 독일(4만4184달러) 등이 있다. 비교적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안정된 선진국들이다. 웬만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들도 구조개혁을 받아들이고 포퓰리즘에 선동되지 않을 정도로 국민 의식이 성숙돼 있다.

반면 스페인 아래가 포르투갈(2만575달러), 그리스(1만8945달러) 등이다. 외풍에 흔들리고 필요한 구조개혁도 어렵고 포퓰리즘의 선동으로 재정위기가 반복되는 국가들이다.


일본보다 26년 늦게 3만달러대 진입

주요국의 2만달러대 지속기간을 보면 일본 5년(1987~91), 미국 9년(1987~95), 독일 5년(1990~94)이다. 일본은 1983년에 1만달러대에 진입한 지 4년 후인 1987년에 2만달러대에 올라섰고 다시 5년 후인 1992년 3만달러대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2만달러대를 지속했다. 한국은 1994년 1만달러대에 진입한 후 12년 만인 2006년에 2만달러대에 올라섰고 다시 12년 후인 올해 3만달러대에 진입한다. 일본에 비해 1만달러대 진입은 11년, 2만달러대 진입은 19년, 3만달러 도달은 26년 늦게 달성하는 셈이다.

소득이 올라갈수록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는 데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태로는 4만달러를 향한 선진국 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탈리아처럼 3만달러대 초반에서 머물거나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보다 견고한 성장동력을 가진 일본이 3만달러대에 진입한 1992년 이후 장기불황에 빠진 배경과 원인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무엇이 문제일까. 산업구조 고도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산업구조 고도화는 기존 주력산업은 첨단기술화하고 서비스업은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임금 수준이 올라가는데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됐다는 뜻이다. 선진국은 첨단 제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 고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강성노조와 친노동정책 등에 힘입어 임금은 올라가는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고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첨단기술 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주력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중국 등 후발 신흥국에 추격을 당해 글로벌 밸류체인(GVC)에서 탈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반기업규제와 갈수록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강성노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3만달러대에 안착하고 4만달러대의 안정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