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들이 시행되자마자 걱정했던 대로 역효과가 속출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최저임금 인상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제도의 효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에 미국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워싱턴대학의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임금 손실이 혜택에 비해 3배 크고, 월평균소득이 125달러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가설 ‘소득주도 성장론’은 우리나라에서 더 큰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정책 입안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날벼락을 맞은 현장을 찾아가서 ‘임금이 올랐어도 고용을 줄이지 말고 물건 값을 올리지 말라’고 경제원리에 반하는 말로 읍소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일부 진보주의적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 성장론을 정치적 수사로 포장한 소득주도 성장론이 시작부터 크게 삐걱거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이 다른 고용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이하의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는 노동시장에서 쫓겨난다는 것이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공공선을 강요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가 되는 미국의 연방정부 최저임금 수준과 비슷해졌다. 2016년 기준 미국 근로자 7990만명 중에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70만1000명에 불과하다. 즉 0.2%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이유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이유도 대상 근로자가 훨씬 적었고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대상자는 이제 근로자의 24%를 넘게 됐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9인 이하의 고용비율이 10%대인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43.4%나 된다. 그리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액 비율이 11%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3위가 됐다. 이는 앞으로도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경제가 받을 영향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개방경제에서 임금주도 성장은 불가능

라즈미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개방경제에서 임금주도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원가가 상승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것이 총수요를 줄여 일자리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러한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시적 어려움을 극복하면 이 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하고, 경제 각료와 수석들이 현장을 방문해서 경제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이야기들을 서슴지 않고 말하고 있다. 임금주도 성장이 이론적으로 옳고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 지금처럼 경제이론을 다시 쓰는 것과 같은 억지 홍보전,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임금 인상분을 대기업에 전가하는 권력남용적인 관치도 필요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대폭적인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다. 그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 놀랍다.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속속 발표하고 있다. 애플은 해외에 쌓아두고 있던 40조원의 돈을 미국으로 들여와서 32조원 정도를 신규투자에 투입해 2만명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이 경우 누구도 해고나 고용 시간 축소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

우리와 같은 노동시장의 개입과 전방위 노동시장의 규제 확대가 없이도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사상 최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실질임금은 실업률과 역행해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방식과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방식이 명백하게 대비되는 이유다. 세계 경제가 확장 일로에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OECD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원리에 반하는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준엄한 경고다. 더 늦기 전에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선거는 선동으로 되지만 정책은 과학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