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고령 퇴직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기대수명이 오르고, 은퇴하는 사람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의 추세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면 은퇴자를 위한 사회복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앞으로 수년 안에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 수는 1980년에 20명에 불과했는데, 2015년에는 28명으로 늘었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서 2050년에 53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증가 추세가 더 가파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대부분의 국가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데,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미국 센서스국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7800만 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8세 미만 인구(7640만명)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이 되는 2030년에는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은퇴 연령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은퇴자를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가 다른 국가들과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사회보장기금의 형태로 은퇴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이 고갈되는 날에 미국 고령 퇴직자들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미국의 사회보장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사회보장기금은 근로자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근로자가 급여의 6.2%(최대 12만8000달러)를 내면 고용주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서 내야 한다. 결국 근로자 월급의 12.4%가 사회보장기금에 적립되는 셈이다. 평균 임금이 늘어나면 사회보장기금에 적립되는 돈도 늘어나게 된다. 이 기금은 국채에 투자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사회보장기금에 돈을 낸 근로자는 67세가 되는 날부터 기금을 받을 수 있다. 납부한 돈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돈이 달라진다. 62세가 되면 납부하는 돈을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수령하는 나이를 늦출 수도 있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로 기금에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만 해도 사회보장기금에 들어온 돈이 5450억달러(약 611조원)였고, 나간 돈은 5770억달러였다. 이때도 나간 돈이 더 많았지만 사회보장기금이 채권에 투자해서 받은 이자 수입이 1080억달러에 달했다. 사회보장기금은 760억달러가 남았다. 6년이 지난 2016년에도 사회보장기금은 현상 유지에 성공했다. 그해에 사회보장기금에 들어온 돈이 6790억달러, 나간 돈은 7690억달러였고, 이자 수입이 900억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2016년 이후로 사회보장기금 지급액이 유입액과 이자 수입을 합친 것보다 많아지면서 전체 기금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연방사회보장국은 2034년에 사회보장기금 잔액이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금 잔액이 제로가 되면 당연히 이자 수입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사회보장기금 잔액이 제로가 된다고 해서 퇴직자들이 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때부터는 매년 사회보장기금에 들어오는 돈만큼만 지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원래 받기로 한 것보다 적게 받게 될 뿐이다. 전문가나 언론에서는 대략 원래 받을 수 있는 돈보다 25% 정도 적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에서 열린 ‘잡 페어’에 고령 구직자가 참석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햄프셔에서 열린 ‘잡 페어’에 고령 구직자가 참석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소득세 높여 고소득층에 부담 돌릴 수도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보장기금 지급액을 21% 정도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급액을 줄이지 않으려면 근로자들이 사회보장기금에 내는 돈을 현재 월 급여의 12.4%에서 16%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본다. 의회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회보장기금 지급액을 21% 줄이는 것이나 근로자나 고용주가 내는 사회보장기금을 늘리는 것이나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는 힘든 일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종합소득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종합소득세를 올려 사회보장기금에 투입하면 개인의 소득세율은 10% 정도 인상되겠지만, 이로 인한 부담은 개인소득세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고소득 가구가 지게 될 것이다. 좌파 정치인들이 사회보장기금의 위기를 애써 피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다.

다른 방법도 있다. 미국은 1983년에 사회보장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하자 돈을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을 올려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의회는 사회보장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에 초당적인 합의를 이뤘다. 1983년 이후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3년 정도가 늘었다. 의회가 다시 한 번 사회보장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67세에서 70세로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기대 수명이 변하는 것에 맞춰서 매년 사회보장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조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투자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금을 지금처럼 국채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들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은 주식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사회보장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더하면 수입이 증가해 재정 고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빨리 이뤄질수록 사회보장기금의 재정 상황도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고, 퇴직자들의 미래도 안정될 것이다. 이미 몇몇 국가는 퇴직자들이 정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높이거나 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넣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도 이런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될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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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보장기금
미국의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은 퇴직자가 은퇴 이후 매달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게 한 사회보장제도다. 노인을 위한 정부 보조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1360달러가 지급되며 1년으로 치면 1만6300달러 정도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기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보장기금 수령액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센서스국은 사회보장기금을 받지 못하면 당장 22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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