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다. 변화하는 결혼문화와 1인 노인가구의 증가가 원인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유통, 식품, 주택, 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서 소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혼자서 밥 먹고(혼밥), 혼자서 술 마시고(혼술), 혼자서 영화보고(혼영), 혼자서 여행하는(혼행) 소비패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혼자 하기에 어색하고 궁상맞은 소비행위들이 오늘날에는 당당하고 만족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취업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109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65.6%가 혼자서 소비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나 홀로 소비는 효율적이며 타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며 개인화된 현대생활과 잘 부합된다. 그러나 자진해서 나 홀로 소비를 하는 경우가 아니고 동행할 친구나 가족이 없어서 혼자 소비를 해야 하는 경우는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외로움은 현대 사회의 특징이기도 한데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인은 20년 전보다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24.5%의 응답자가 자신의 중요한 일에 대해 상의할 대상이 한 명도 없다고 응답했다. 또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지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더 높다.

이처럼 나 홀로 소비도 ‘효율적이고 자유롭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외롭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케터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할 수 있는 상품개발과 소통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나 홀로 소비자에 대한 학술연구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을 느끼는 소비자는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인기 상품을 덜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기가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외롭다라는 현실 사이에 일종의 괴리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더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가장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인기 상품’이라며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것보다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상품’이라는 것을 부각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나 홀로 소비 니즈 충족시켜야 성공

이러한 점들을 음식 소비에 적용해 보자. 누구와 함께 외식을 한다고 가정하면 약속 시간을 맞추고 이동하는 번거로움,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비효율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혼밥을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한 의학 연구에 의하면 친구들과 같이 먹을 때의 음식 소비는 혼자 먹을 때보다 섭취량이 무려 1.5배나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음식섭취 시간이 길어지고, 기분이 좋아져서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밥의 단점은 정서적으로 외롭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식당에서 이러한 두 가지 단점을 보완해주는 서비스를 한다면 고객만족은 상승할 것이다. 1인 좌석을 만든다든지 1인을 위한 세트메뉴를 개발해 나 홀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와 더불어 나 홀로 고객들을 정서적으로 ‘업(up)’시키는 매장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최근엔 혼행족들을 위한 여행사들의 상품개발도 활발하다. 혼자 여행할 경우 독방을 쓰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성의 싱글끼리 룸메이트를 맺어주는 여행사도 있다. 그리고 안전 문제를 도와주기 위해 같은 패키지로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모바일 커뮤니티도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의 한 여행사는 혼행족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해 매출을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나 홀로 소비 현상은 더 거세질 것이다. 한국에서 편의점이 다른 유통업태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은 1인 가구 트렌드 때문이다. 유통업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분야에 걸쳐 1인 가구 트렌드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 무궁한 시장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트렌드에 역행하는 기업의 경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감안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