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분리현상(De-coupling)이 급진전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의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이들 경제가 기대보다 더 성장하는 반면, 한국 경제는 고용·성장 등에서 부정적 신호가 넘쳐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 경제라는 사실과 배치되는 현상이다.

이런 경제 불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무모한 실험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초래한 것이다. 정치 불안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이 때문에 민주화가 경제 성장의 전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이 민주화를 가져온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아시아의 용이라고 불리던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은 권위적 정권 아래서 경제적 성공을 일궜다. 바로 이런 사례들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적은 곳에서 투자와 고용이 이뤄진다는 역사적 진실을 증명하고 있다.

또 하나의 불확실성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아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거나 유가나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바로 영향을 받았다.

특히 북한의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협에 따른 불확실성 또한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숙명과 같은 과제다. 남북한의 경제 격차가 커지면서 북한의 전통적인 위협은 핵개발이라는 더 큰 위협으로 바뀌어 지금까지도 한국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정부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크롤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불확실한 위기 대응 정책은 중소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연구들을 살펴보면 경제의 가장 큰 적 중에 하나가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불확실성 양산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경제를 적폐 또는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불확실성이 양산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핵심 기업 이외의 주식이나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말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둥, 특정 기업을 명시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는 헌법이 정한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에 정면 배치하는 위헌적이고 직권 남용적인 압력이다.

끊임없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된 대기업 총수들은 바짝 엎드려 있다. 최근엔 대기업 오너 가족 일원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국토부 등 정부 부처가 총동원되면서 정부가 재벌 해체와 경영권 박탈에 앞장서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다.

파리바게뜨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에서 보듯이 이전 정부에서 결정됐거나 문제 삼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정부가 해석을 뒤집으면서 기업들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불확실한 노동 정책으로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능력을 넘는 과격한 것임이 자명해졌지만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또 하나의 규제가 더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의 시급 1만원 공약을 폐기한다는 정부의 명시적인 조치가 없는 탓에 고용 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더 근원적으로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실제 경제에 기여하는지, 경제 콘트롤타워가 누구인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한국 경제 디커플링 원인은 정부다. 불확실성이 경제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정부가 경제의 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업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은 정부에 업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기업은 알아서 투자하고 고용한다. 정부는 먼저 자신들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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