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하버드 경제학 박사,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부 장관, 전 하버드대 총장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하버드 경제학 박사,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가 경제위원회 위원장,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부 장관, 전 하버드대 총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최근 경제와 구조적 장기침체의 연관성을 부정했고, 그 과정에서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내 업적을 공격했다. 내 말이 객관적으로 들리진 않겠지만, 엄청난 학문적 성과와는 별개로 그의 정책 비평 논거가 약하다는 점을 발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티글리츠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약한 경제 회복세에 대한 변명으로 구조적 장기침체 개념을 썼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잘못됐다. ‘급격한 경기 위축을 겪은 민간 경제가 완전 고용을 이루려면 공공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이 개념을 그가 이해하고 있다고 보는 나로서는 공격을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과거부터 꾸준하게 구조적 장기침체 시기엔 재정 확대를 통해 수요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책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도 주장했다. 또 저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수요 감소로 경제가 해체돼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정책 측면에서 보자. 스티글리츠는 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 탓에 부양책 규모가 작았다고 오바마 정부를 비난했다. 그런데 그가 2008년 11월 다른 학자들과 공동으로 서명한 서한을 보면 정부에 3000억~4000억달러 수준의 부양책을 제안했다. 오바마 정부가 제안한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우리 오바마 경제팀은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최소 8000억달러, 혹은 그 이상의 부양책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때 정책팀은 1조달러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더 많은 검증을 거치라고 조언했었다. 그래서 우린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더 많은 추정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인기와 노력에도 ‘경기회복법’은 어렵사리 겨우 통과됐다. 그래서 난 더 큰 부양책이 필요했다는 주장의 논거를 찾기 힘들다. 만약 규모가 더 컸다면 경제가 붕괴하던 그 시점, 정책 효과를 보기까지 더 많이 지연됐을 것이고, 이는 부양책 실패로 이어졌을 것이다. 오바마의 부양책은 옳은 선택이었다. 다만 당시 의회가 인프라 투자 등에 적대적이었던 점은 아쉽다.

스티글리츠는 또 ‘위기 상황 극복에 책임이 있던 정책 입안자들(위기 이전 경제 파탄에 일조한 이들)’로 나를 지목해 비난했다. 어처구니없다. 2002년 패니메이의 후원을 받아 패니메이의 자본 고갈 확률이 50만분의 1이라는 내용의 페이퍼를 썼던 그는 2009년엔 은행 국유화를 제안했다. 과거를 분석하는 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쉽다는 점을 스티글리츠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클린턴 행정부의 금융 규제법 완화 기조를 보자. 그때 우리가 도드-프랭크법을 도입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당시엔 8년 후의 금융위기나 신용 디폴트 스왑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당시 우리 경제팀은 패니메이 등 정부 후원 기업들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글라스 스티걸법 폐지가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주장도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이 법의 폐지 덕분에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상업은행으로 등록할 수 있게 돼 금융위기 당시 연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2000년 파생상품 규제를 완화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극단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선 우리의 정책이 금융위기 발발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당시의 완화 결정은 재무부뿐 아니라 연준, 증권거래위원회 모두가 파생상품 거래 계약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과거를 비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치적 판단과 구조적 장기침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와 같은 저명한 학자가 내가 강조하려던 것, 즉 ‘완전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금리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에 동의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지속적이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총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 정책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