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재무부 장관이 의회 구제금융감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기관 구제에 쓰인 자금이 미국 GDP의 1% 미만”이라며 “TARP는 지금까지 시행된 위기대응 프로그램 중 가장 훌륭했다”고 옹호했다. 사진 블룸버그
2010년 12월 16일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재무부 장관이 의회 구제금융감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기관 구제에 쓰인 자금이 미국 GDP의 1% 미만”이라며 “TARP는 지금까지 시행된 위기대응 프로그램 중 가장 훌륭했다”고 옹호했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런스 서머스가 벌인 ‘구조적 장기침체’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약한 회복세에 대한 논쟁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자주하던 어구 중에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할 뿐(History does not repeat itself, but it rhymes)”이라는 말이 있다. 이를 인용한 밥 딜런의 유명한 노래 가사(Money don’t talk, but it swears)를 재인용하자면 “역사는 비슷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큰 영향을 미칠 뿐(History doesn’t rhyme, it swears)”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티글리츠와 서머스는 당시 나빠지고 있던 금융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책이 부적절했다는 데 동의했다. 그들의 논쟁은 주로 재정 부양책의 규모와 금융 규제의 역할, 소득 불평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제기해볼 문제점들이 더 있다.

우리는 당시 균형점이 채무자보다 채권자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졌을 때 이미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실기(失期)에 따른 장기적인 사회·정치적 결과는 엄청났다.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행크 폴슨 당시 재무부 장관은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내놨다. 이 자금으로 은행을 구제하되, 은행 지분 소유권은 제한하는 안(案)이었다.

당시 나와 로버트 더거 박사는 국민의 세금을 더 공정하게, 효과적인 곳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일반 국민의 모기지 부담을 경감해 집값을 떨어뜨리거나 자본금이 부족한 금융 기관에 이 돈을 투입하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자본이 개선되면 대차대조표상에서 20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7000억달러가 금융 시스템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지 소로스 런던 정경대 철학 석사, 퀀텀 펀드·오픈 소사이어티 펀드 설립자
조지 소로스
런던 정경대 철학 석사, 퀀텀 펀드·오픈 소사이어티 펀드 설립자

하지만 하원에 제출된 법안에는 은행 등 금융 기관에 자본을 투입하도록 하는 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짐 모란 하원 의원을 통해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에게 ‘TARP법상 세금을 (금융권) 자본 투입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안’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프랭크 위원장은 여기에 찬성했다.

사실 재무부 주도로 금융 기관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을 조지 W 부시 행정부 말기 폴슨 장관이 사용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폴슨 장관은 이를 잘못 적용했다. 주요 은행의 은행장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자신이 직접 배분한 대로 각자 자금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폴슨은 은행들에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낙인’을 찍었다.

몇 달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다. 나(소로스)는 서머스에게 취약한 금융 기관들에 자본을 투입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모기지를 현실 시장 가치에 맞춰 감가상각하는 정책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서머스는 이 정책이 은행 국유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런 정책은 사회주의 냄새를 풍기며,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란 게 그의 주장의 요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일부 사회화를 선택했다. 과대 평가된 금융 기관들의 자산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만약 우리가 제시한 정책 조언이 채택됐다면 어땠을까. (저축 성향의) 주주와 채권자들의 손실은 더 컸을 것이고 (소비 성향의) 저소득·중산층 가계들은 모기지 부채에 따른 고통을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 모든 재앙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면서 총수요 증가를 촉진하고 많은 사람을 부패시키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제안과 관련된 문제점도 잘 알고 있었다. (자본을 투입해) 모기지 채권자들의 부채를 경감해주는 것은 모기지론을 이용하지 않은 여러 주택 소유자들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 제안을 최종 거부하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정부 정책 실패한 대가 엄청나

롭 존슨 루스벨트 연구소,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전(前)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디렉터
롭 존슨
루스벨트 연구소,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전(前)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디렉터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법은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의 영국 정부 정책과 1930년대 미국 정부의 성공적인 구제금융 사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이끌던 시절의 영국에서 자본 부족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자력으로 추가 자본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들은 스스로 시장에 나갈 기회를 얻는 대신 이에 실패하면 영국 재무부로부터 강제로 자본을 투입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로이즈 TSB는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의 자본 투입은 금융 기관 경영진의 임금과 배당금 규제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폴슨의 자본 투입법과는 다르게 은행들이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 마련에 성공한 경우엔 ‘낙인찍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비슷한 예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는 부흥금융회사(RFC)를 세워 은행들의 지분을 쥐고 자본을 재구성했고, 주택 소유자 대부공사(HOLC)를 통해 모기지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문제 심각성을 축소해 위기 완화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상당한 정치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정부 정책은 근본적 문제들을 다루는 데 실패했고, 모기지 보유자들보다는 은행을 보호하는 데 힘쓰는 바람에 미국인의 빈부격차가 심화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을 비난했다. 2009년 초 억만장자 형제인 코크 형제가 티파티(공화당 풀뿌리 운동)에 막대한 돈을 지원했다. 월스트리트가 보너스 잔치를 벌인 직후인 2010년 1월엔 케네디가(家)의 텃밭인 매사추세츠주 특별선거에서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이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공화당은 그 후 2010년 중간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2014년 상원 다수당을 장악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올렸다. 그 결과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2020년 대선에 앞서 진행되는 2018년 중간선거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훨씬 더 심각해졌고, 국민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을 경시하지 말고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국민투표가 될 올해 중간선거에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많은 미국인이 영감을 받을 만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화당의 선동적인 포퓰리즘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2018년엔 이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롭 존슨 신(新)경제사고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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