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저서에서 칼뱅의 직업 소명설이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역설했다. 이 이론은 사회학계 정설로, 베버의 저서는 가장 중요한 20세기 사회학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베버 이후에도 사회학계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북유럽과 서유럽 경제 발전에 미친 영향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는 없었다. 오히려 유교사상이 경제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이 현대 서구 경영학자들과 서구 대학에서 활동 중인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근면·성실의 직업의식과 교육을 숭상하는 유교정신이 한국·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 학자들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유교사상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유교사상이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평등주의와 개방형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또 삼강오륜에서 말하는 질서와 권위에 대한 존중이 기득권층의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맥락에서 스승과 학생, 사용자와 종업원, 연장자와 연소자의 관계가 존경과 신뢰의 패러다임보다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공자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은 물질만능주의 가치관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부정부패, 비윤리적 기업 활동, 빈부 갈등을 초래했다.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중국 사회는 이도 저도 아닌 정신 가치의 혼란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과거 문화혁명에서 멸절하다시피 한 공자 사상을 다시 띄우고 있다.


밀접한 연관성 있는 유교사상과 경제 발전

유교사상과 경제 발전은 별개가 아닌,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개념이라고 서구 학자들은 말한다. 유교사상의 본래 모습은 탁상공론이 아니라 학문을 적용한 부국강병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춘추전국시대에 여러 나라의 재상이나 고위 벼슬을 지내며 유교사상을 국가 통치에 적용했다. 서구 경영학자들에 의하면 유교의 학문 숭상 사상이 아시아 국가의 교육열을 키워왔고 이로 인해 노동력이 고급화됐다고 한다. 그리고 절차탁마의 정신이 근면·성실의 노동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유교사상의 가장 큰 기여는 공정한 경제질서의 확립이며, 이는 아직 미결 과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공자는 사회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禮)’라고 했는데 이는 ‘윤리적인 규범과 예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행동주의 경제학에서 다루고 있는 개념이 ‘예’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탈러 교수의 ‘경제 매너’와 라빈 하버드대 교수의 ‘공정성 균형이론’은 경제를 지배하는 질서가 공정한 경제 예절이라는 주장이다. 즉, 공자가 말하는 ‘예’와 오늘날 ‘공정성’의 개념이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 활동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힘’ ‘법’ ‘예’가 있다. 한국의 경제질서는 불행히도 ‘힘’이 가장 우선시되고, 다음이 ‘법’이고, 마지막이 ‘예’다. 정권의 힘에 의해 경제가 좌우되고, 재벌의 갑질이 분배를 결정 짓고, 노조의 힘이 공장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경제원리가 아닌 ‘힘’에 의해 경제가 운영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힘 있는 자들과 연대하려는 움직임 가운데 부정부패가 생기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투자가 꺼려지게 된다. ‘힘’ 다음에 ‘법’이 있는데 법대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정성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과다한 법률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예’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는 공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자의 ‘예’는 더 연구돼야 하며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경제 활동에 적극 적용돼야 한다. ‘예’에 의한 공정한 사회가 먼저 확립된다면 경제 활동의 동기부여와 적극적인 투자활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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