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최근 주식담보 대출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 이자가 증권사의 주요 수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실제 올 1분기 증권사의 대출 이자 수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7%나 늘었다. 남북 경협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받아 주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식담보 대출은 고객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없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 좋은 상품이다. 이러한 대출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주가 상승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자의 조급함 때문이다.

투자 행동에서 ‘참을성’은 자주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안 하는 것도 투자다”라고 말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주식 시황이 안 좋을 때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그런데 많은 개인 투자자가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또 조급함으로 인해 빈번하게 매매해 거래 수수료가 늘어난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나의 투자 스타일은 게으름에 가까운 굼벵이 투자”라고 했다. 주식을 산 다음에 마음이 조급해 매일 주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주식은 묻어 둔다는 의미다.

행동주의 경제학에서는 ‘참을성’에 대한 실험을 많이 한다. ‘사과 1개를 오늘 받는 것’과 ‘내일 2개를 받는 것’ 사이에 선택하라면 더 많은 사람이 ‘오늘 1개’를 선택한다. 그러나 ‘30일 뒤에 사과 1개’와 ‘31일 뒤에 사과 2개’ 사이에서 선택하라면 ‘31일 뒤에 2개’를 선호한다고 한다. 첫 번째 결정에서 피험자는 사과를 하루 일찍 먹는 것이 기다려서 2개 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반면 30일 뒤에는 하루 일찍 먹는 것보다 기다려서 2개를 먹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이러한 현상을 일반화하면 가까운 시기에는 미래 수익을 많이 할인하고 먼 시기에서는 적게 할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통 경제학에서 의사 결정자는 시점을 막론하고 동일한 기간의 할인율을 같게 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정통 경제학 이론이 욕구 지연과 관련된 행위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참을성 없으면 큰 비용 지불

경제활동에서 할인율과 이자율은 같은 개념이다. 미래 수익을 10% 할인해 오늘 받는 것은 오늘의 수익에 10%를 더해 미래에 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을성 없는 사람의 할인율이 크다는 것은 그 사람이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특히 금액이 크지 않을 때, 참을성 없는 사람은 엄청난 이자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볼리비아의 어떤 마을에서 급전을 빌리는 행태를 조사했는데, 계산되는 연 이자 비용이 무려 4000%였다고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긴 걸까.

인간은 하나의 주체이지만 내면에서 두 개의 독립적인 자아가 작용한다고 행동주의 경제학자는 말한다. 한 자아는 장기적인 행복을 생각하는 ‘계획자’이고 또 다른 자아는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욕구충족자’다. 우리가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행위는 두 자아 중 계획자의 결정이고, 카드 빚으로 해외 여행을 가는 행위는 욕구충족자의 결정이다.

또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절제하는 행위는 계획자이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는 행위는 욕구충족자다. 이처럼 어떤 때는 계획자가 우위이고 어떤 때는 욕구충족자가 우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저축, 다이어트, 운동에서 성공과 실패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개인이 참을성이 부족할 때는 제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을 오후 3시 30분에 마감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숨을 돌리고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이다. 대출금리를 제한하는 것도 너무 조급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다. 사람은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원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참을성을 기르는 것이 성공적인 경제 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은 금융원리를 전수하는 것을 넘어 욕구를 조절하고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