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본 뒤 그 영화와 연관된 ‘사람들’을 화제에 올릴 때가 있을 겁니다. 누구를 먼저 언급하게 될까요? 보통은 ‘배우’입니다. 영화 애호가라면 감독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영상미를 즐긴다면 촬영감독까지 관심 둘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프로듀서(제작자) 이름까지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이자 중요한 상은 ‘작품상(Award for Best Picture)’입니다. 그 상을 누가 받을까요? 프로듀서입니다. 프로듀서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단계마다 결정적인 일을 합니다. 기획 방향을 잡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고, 어떤 감독과 어떤 배우를 조합할지 판단하고, 돈을 끌어오고, 어떻게 돈을 회수할 것인지 등을 모두 챙겨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좋은 영화를 만들고 흥행시키는 것)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그런 프로듀서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모르지요.

이번 호에서는 ‘거꾸로 가는 한국 도시’라는 주제로, 특히 서울 도시재생에서 이런 프로듀싱이 얼마나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그러면서 프로듀싱이 제대로 됐을 때 어떤 멋진 결과가 나오는지의 사례로, 오스트리아 ‘가소메터 시티’를 취재하고 현지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이곳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녀온 뒤에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극찬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들여 전국 500곳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①주민 참여 부족 ②수익성 낮은 지방에만 집중 ③민간 자본 참여 저조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이가 많습니다.

해외 우수 사례를 보면 접근법이 다릅니다. 정부는 조정자 역할에 충실하고, 민간자본이 주도하도록 판을 깔아줍니다. 물론 지역 환원과 복지도 신경 쓰지만, 기본적으로 지자체·지역, 개발 업자끼리 철저히 경쟁시켜 결론을 도출합니다.

중앙·시정부가 CP(Chief Producer)라면 디벨로퍼는 현장 프로듀서입니다. 각각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얼개를 무시하면서 ‘왜 도시재생이 잘 안 되냐’고 묻는 것은, 영화 제작자는 무시하면서 ‘왜 좋은 영화가 없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대구 성서공단 프랑스 파리 현장 기사 생생해

Reader’s letter

한국 섬유·패션 산업의 위기를 다룬 지난 호 커버스토리를 흥미롭게 읽었다. 대구 성서공단과 프랑스 파리의 현장 기사를 보고, 공을 많이 들인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 창출을 시대적 과제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다만 잡지를 읽으면서 C(경영자) 레벨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좀 더 통찰력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염승한 현대경제연구원 과장

미래 아이를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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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생각과 실행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에 소개된 린다 브림 인시아드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아이를 ‘코스모폴리탄 DNA’를 갖도록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한 주변 후배들을 보면, 같은 문제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내놓아 놀랄 때가 많다. 이런 코스모폴리탄은 곧 주류가 될 것이고,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이은정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전문위원

한국 SPA 브랜드, 기본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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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 파리에서 개최한 전시회 현장을 둘러보고 온 기사가 흥미롭다. 한국에도 에잇세컨즈, 스파오 등의 SPA 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흰 티셔츠, 얇은 패딩 조끼, 청바지와 같은 ‘기본 패션 아이템’을 사야 하는 순간이 오면 유니클로를 찾게 된다. 어느새 유니클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본에 충실한 옷을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전 세계 사람에게 심어놓았다. 한국 SPA 브랜드들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 한송이 비욘드펀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