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기업(7233만 대·2018년 2분기 기준)인 삼성전자가 폴더블폰(디스플레이가 휘어지는 폰)을 공개했다. 11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 콘퍼런스 2018(SDC 2018)’에서 대략적인 모습이 공개된 폴더블폰은 가로로 안쪽으로 접히는 방식(인폴딩)으로 7.3인치였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갤럭시F(가칭)’라는 브랜드로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펼쳤을 때는 태블릿PC처럼 넓은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인터넷 검색이나 영화 감상에 효과적이다. 하나의 화면에 3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띄워놓고 동시에 작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에 앞서 10월 30일 중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로 7.8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했다. 삼성과 로욜의 폴더블폰 공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폴더블 경쟁에 나설 것을 알리는 서막이 됐다. 중국 화웨이도 내년에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폴더블폰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2019년 320만 대에서 2022년 5000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폰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사는 과연 삼성이 폴더블폰으로 다시 세계 시장의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이제 기술의 한계에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이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술이 될지, 아니면 지금까지 개발됐다 별 반응 없이 사라졌던 많은 기술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 부문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폴더블폰의 흥행 성공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13년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이 24조96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조8400억원까지 줄었다. 미국의 애플에 밀리고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폴더블폰의 성공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삼성의 폴더블폰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는 ‘가격’과 ‘기술 완성도’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만 잡을 수 있으면 삼성은 한계점에 왔다고 평가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살펴볼 때,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출시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의 폴더블폰이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플라스틱이 유연성과 내구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은 유연성과 내구성을 갖춘 플라스틱으로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야 소비자가 쉽게 접고 펼 수 있다.

일단 디스플레이의 표면 상태를 보면 폴더블폰을 먼저 공개한 중국 로욜보다 삼성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로욜의 제품은 언뜻 보아도 굴곡이 느껴질 정도로 표면이 매끄럽지 못한 반면 삼성의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매끄럽게 접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도 완성도 측면에서 삼성이 단연 앞서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이 지금 공개된 디스플레이보다 한 단계 더 완성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를 내년에 시판되는 제품으로 선보인다면, 이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11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1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 사진 삼성전자

가격은 최대한 낮춰야

폴더블폰 흥행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가격이다. 출시 가격이 너무 높게 측정되면 소비자의 반감이 있을 것이다. 애플에 비해 충성 고객층이 두껍지 않은 삼성은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의 이탈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애플이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아이폰을 출시한 것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출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아이폰은 애플에는 프리미엄 전략이지만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삼성의 폴더블폰 출시를 위한 최적의 시장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웬만한 가격에 놀라지 않을 만큼 고가의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 완성도가 담보된 삼성의 폴더블폰이 100만원대 중후반으로 출시된다면 소비자는 열렬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출시 가격을 아이폰만 믿고 너무 높게 책정할 수는 없는 만큼 적정 가격이 얼마일지, 그 가격에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석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석을 토대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는 게 삼성전자의 과제다.

삼성은 과거에는 애플과만 경쟁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기술 격차는 좁혀졌고 중국 제품들의 기술적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급 사양에 40만원대의 가격으로 출시된 샤오미의 포코폰을 보고 있으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고 이제는 최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향해가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 업체로 올라선 샤오미는 포코폰 등의 인기를 앞세워 지난 3분기에만 25억위안(약 41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상황에서도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9%나 늘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제조사와 싸움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가격과 기술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폴더블폰 부문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초격차’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