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사립 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일부 사립 유치원의 비리가 표면화되기 이전에도, 사립 유치원은 학부모들의 선호대상이 아니었다. 많은 학부모가 국공립 유치원에 우선 지원하고, 추첨에서 떨어지면 사립 유치원의 문을 두드린다. 학부모들이 사립 초등학교에 먼저 지원하고, 추첨에서 떨어지면 공립 초등학교로 향하는 것과 유독 다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사립 유치원에 대한 불신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홍지훈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유치원 형태별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인성 발달 과정을 추적해 보았다. 유치원생들의 패널 자료 분석에서, 7대 광역시(특별시 포함)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외 지역 표본에서는, 국공립 유치원생들에 비해 사립 유치원생들의 인지능력과 인성 발달 정도가 유의미하게 뒤처짐이 확인됐다. 국공립 교육기관이 최소한의 교육서비스 마지노선을 정하면 차별화된 교육을 강조하는 사립 교육기관이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다시 국공립 교육기관이 교육서비스를 개선해 이를 따라잡는 것이 일반적인 국공립과 사립 교육 기관의 공존 원리다. 왜 유독 유치원 교육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현행법상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사람만이 사립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다. 막대한 고정비용은 혁신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신규 사립 유치원의 진입을 막는다. 또 현행법은 사립 유치원의 개원뿐 아니라 폐원도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 유치원의 진입과 탈퇴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셈이다. 교육서비스가 필연적으로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정부는 각 유치원의 등록 유치원생 숫자에 비례해서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는 경쟁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존 사립 유치원의 몸집만 부풀린다. 결국 경쟁 없이 비대해진 소수 사립 유치원이 지역에서의 독과점 구조를 강화하고, 그러는 가운데 교육서비스는 더욱 부실화된다.


진입 장벽 낮춰 서비스 경쟁 구도 만들어야

최근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사립 유치원과 정부의 대립 양상은 역설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자신들이 사유재산(유치원 시설물)을 소유한 자영업자라며 이익 추구권을 보장하라고 하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교육서비스 제공자라며, 교육자로서 의무를 강조한다. 전자의 논리에 치우치면 교육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막을 수 없고, 후자의 논리에 치우치면 유치원의 공급 부족을 일으킨다.

대안은 있다. 유치원 시설물의 소유권과 유치원 경영권을 분리하자. 특히 정부는 경쟁이 가능한 교육서비스 시장보다는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시설물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유치원 운영 희망자, 임대 사업자 그리고 정부가 참여하는 3각 장기계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가령, 정부가 현행 교육서비스에 대한 지원금 대신, 유치원 시설물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격을 갖춘 유치원 운영 희망자들의 진입을 독려하자. 또 정부가 인근 국공립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활용해 민간 유치원 운영 희망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허용할 수 있다. 즉 시설물 시장에서의 진입과 탈퇴의 장벽을 허물고, ‘소수의 대규모 사립 유치원’이 아닌 ‘다수의 소규모 사립 유치원’이 교육서비스 경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구도를 만들자는 거다. 정부의 채찍보다는 경쟁구도가 교육서비스 개선에 훨씬 효과적이다.

최근 불거진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는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치원 시설물과 교육서비스를 묶음으로써, 사립 유치원들의 경쟁이 제한되고 교육서비스가 질적으로 악화한다는 점이다.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비리근절 대책만으로는 돌아선 학부모들의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공립 유치원의 증설이나 사립 유치원의 국공립 전환 역시, 장기적으로 유치원 교육의 발전을 막고, 지역 간, 계층 간 교육 기회 불균등 문제를 일으킨다. 오히려 사립 유치원을 늘리고, 경쟁을 통한 교육서비스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선순환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