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현대상선은 늘 2위였다. 20년 넘게 먼저 설립된 한진해운의 항적(航跡)을 따라가는 회사였다. 해운업 불황으로 파도가 거칠어지면서 역전됐다. 한진해운은 작년 2월 파산했다. 현대상선이 어부지리로 한국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세금으로 연명하는 처지라 자랑할 일은 못 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 출자 전환이든, 신규 자금 지원이든 결국은 다 세금인 셈이다. 산은이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한진해운 출신 30명을 현대상선에 집어넣겠다고 한다. 컨테이너선 영업망 확충과 관리에 투입하기로 했다. 핵심 노선 확보 등을 위한 대책이다.

현대상선의 느슨한 조직 문화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2020년부터 컨테이너 노선에 투입될 2만3000TEU급 12척 등 대형 선박 확보나 인건비 절감 등만으로는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처지다. 현대상선 적자 노선 16개 가운데 7개 노선은 항로 평균보다 고정비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안이 ‘한진해운의 영업 베테랑들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 대표이사 밑에 경영전략실을 신설해 노선별 수익성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현대상선 팀과 새로 투입하는 ‘한진해운 팀’을 비교해서 경쟁시키겠다는 것이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노린 것이다. 한 경제 신문이 펴내는 경제용어사전은 메기 효과를 이렇게 정의한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고, 미꾸라지를 장거리 운송할 때 수족관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죽지 않는다. 다면평가제, 성과급제, 신규 인력 투입 등을 꼽는다.

메기 효과에 대해서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일화도 거론된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 귀국해 경남 의령에서 농사지을 때 미꾸라지도 길렀다고 한다. 논 한 마지기(200평)에는 미꾸라지만 1000마리, 다른 한 마지기에는 미꾸라지 1000마리와 메기 20마리를 넣었다. 앞의 논은 미꾸라지가 2000마리로 불어났고, 메기를 함께 넣은 논은 메기가 잡아먹었는데도 미꾸라지가 4000마리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이병철 회장의 ‘메기론(論)’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미국 CIA의 전신(前身)인 전략사무국(OSS)이 1944년 발간한 ‘손쉬운 방해공작 현장 매뉴얼’이 등장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적국(敵國)의 관료 조직이나 기업에 침투한 공작원이 경쟁력 약화나 조직을 와해시킬 때 사용하는 지침이다.

‘회사가 위급하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할 때 자주 회의를 열자고 제안한다’ 등 조직을 결정 장애로 밀어넣는 방안 등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말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는 것이 있다. 남보다 나은 실적을 내는 팀이 없도록 해서 내부 경쟁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메기’가 출현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끌라는 것이다.

메기는 경쟁, 생존 등을 의미하고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의 반대말이 된다.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나라는 ‘지루한 천국’이 된다는 말이 있다.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나라에서 세금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시들어 버리고, 활력이 사라지게 된다. 기업도 다를 것이 없다. 천하 없는 기업도 실적이 좋든 나쁘든 성과급을 똑같이 나누면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는다.

경쟁을 지옥이라 하고, 혹시라도 경쟁력을 높이자고 주장하면 ‘쥐어짜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쌀독이 비는 날이 닥친다. 그런 천국은 오래갈 수 없다. 천국처럼 보이지만 악마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남과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바뀌고 달라진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이 나아지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