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지난해 연말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리스크’ 때문이었다. 2018년 12월 24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2.91% 떨어져 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했고, 25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5.01% 폭락했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과 소비 지출 증가 호재로, 연말에 세계 증시가 상승하는 예년 흐름과 대비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닥터 둠(doom·파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무역전쟁, 외교정책 등을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의 각종 결정들이 금융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경제학 교수, 루비니 매크로 어소시에이츠 CEO, 伊 보코니대 학사, 하버드대 박사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경제학 교수, 루비니 매크로 어소시에이츠 CEO, 伊 보코니대 학사, 하버드대 박사

드디어 금융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난 2년간 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한 남자의 무모한 트윗과 성명서를 견뎌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임을 인정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짖기만 할 뿐 물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특히 트럼프가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과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한, 다른 것들은 눈감아주고 믿어줬다. 또 투자자들은 ① ‘방 안의 어른(Adults in the Room)’이 트럼프를 저지하고 행정부의 정책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왔다.

이런 가정들로 트럼프 집권 첫해 그의 모든 행동들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감세와 규제 완화 효과로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 실적이 개선돼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2017년 미국 주식시장은 2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2018년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연말이 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졌다. 감세 정책 덕분에 기업 실적이 20%가량 개선됐음에도 증시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연말 하락세가 강해졌다. 현재 미국 증시의 여러 지수들은 조정기를 거치고 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하락장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보통 세계 금융 시장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원인은 이탈리아와 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국, 신흥국 경제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나타나는 증시 급등락은 트럼프 때문이다. 2018년 초 미국 정부는 무모한 감세 정책을 도입했고, 이 영향으로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다다른 미국 경제가 ‘과당(Sugar High)’ 상태가 됐다. 빠르면 2월부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 목표치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것이다.

다음은 미국이 중국 등 다른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다. 다소 가라앉았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② 일련의 조치들은 광범위한 무역, 경제, 지정학적 냉전을 조장한다.

또 다른 우려는 트럼프의 정책들이 ③ ‘스태그플레이션’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점차 외국인들의 미국 내 직접투자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민을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다. 노동력의 고령화와 기술 불일치가 문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공급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민간 생산성을 촉진할 만한 그 어떤 인프라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트위터 등지에서 고용과 생산, 투자, 가격 책정 등과 관해 중국과 경쟁 중인 미국 기업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신흥 시장 경제도 미국 정책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긴축 재정, 통화 정책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했고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있다. 그 결과 신흥국 경제는 자본 유출과 달러화 표시 부채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우 강달러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또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도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가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서 유가가 상승했는데, 이 영향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섰고, 다시 유가가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유가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게다가 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내리는 상황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합리적인 투자와 소비 결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감세에 따른 기업들의 잉여 이익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기보다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 지출이 줄어들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최악은 지난해 4분기 미국과 세계 증시가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에 따라 급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가 2018년부터 계속하고 있는 연준에 대한 공격이 미·중 무역전쟁보다 심각하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2019년에도 완만하게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연준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트럼프의 공격에 대한 응전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적대적인 트윗들을 마주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으로서는 연준의 독립성을 나타내는 신호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의회가 ‘쓸모없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거부하자 연방정부를 ④ 셧다운(Shutdown)시켰다. 그의 결정으로 시장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고, 트럼프가 파월을 곧 해임할 것이란 루머까지 퍼졌다. 이 때문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탄절 연휴 직전 성명을 내고 투자자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므누신은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미국 은행들의 재정 상태도 양호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최근엔 경제 정책과 관련이 없는 행정부 내의 변화들까지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이어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까지 경질되면서 ⑤ ‘어른 없는 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민족주의자들과 외교 매파들만이 백악관에 남아 트럼프의 기분을 맞춰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新)냉전은 과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반(反)세계화를 부채질하고, 세계 각지의 공급망을 파괴할 것이다. 최근 ZTE와 화웨이 사건에서 보듯 기술 분야가 가장 큰 희생양이 될 것이다. 또 유럽의 정치·경제 상황이 취약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의 행동들은 유럽연합(EU), 나토(NATO) 등의 응집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는 ⑥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다.

트럼프는 금융 시장의 ⑦ ‘스트레인지러브 박사(Dr. Strangelove)’다. 트럼프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영화에 나왔던 편집증에 걸린 미치광이처럼 경제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 금융 시장도 이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 위기와 경제 침체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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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Dr.doom) ‘둠(doom)’은 파멸, 불길한 운명을 뜻한다. 1940년대 만화 ‘사이언스 코믹스’ 등장인물이다. 국제 금융계에서 좋지 않은 상황을 예견하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굳어졌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닥터 둠’은 마크 파버다. 그는 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블랙 먼데이)을 예견하고 고객들에게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라고 권유했다. 또 헨리 카우프만, 피터 시프 등이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Tip

상황을 통제하고 방향을 잡아줄 만한 인물을 말한다. 2015년 그리스 재정 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처음 언급했다. 구제금융 규모와 긴축안을 놓고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재무부가 줄다리기하는 상황에서 그는 “방 안의 어른들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같은 날 캐나다에서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됐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다. 이후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중국 현지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 운동 등이 벌어지고 있다. 20일에는 미국 법무부가 중국인 해커 2명을 정식 기소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불황 속의 고(高)물가.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물가도 오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와 반대로 불황인데 물가마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경찰, 소방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연방정부 기관이 일시 폐쇄되는 것. 연방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1974년 이후 총 21차례 발생했다.

켈리 실장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정책 결정을 견제한다는 의미로, 트럼프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권좌(權座)는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 아래 앉아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빗댄 서양 속담. 그리스 디오니시오스왕이 자신의 자리를 탐하는 신하 다모클레스에게 왕좌에 앉도록 권한 뒤 머리 위에 있는 칼날을 보여준 데서 유래했다. 뮬러 특검팀은 대선 당시 트럼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해 1년 6개월 넘게 조사 중인데,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를 탄핵 카드로 쓸 가능성이 크다.

1964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블랙코미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발발 직전에 사태 해결사로 나선 나치주의자이자 미치광이 과학자다. 한쪽 팔이 기계로 된 그는 기계와 컴퓨터의 힘을 숭배하지만, 기계 팔은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목을 조르거나 나치 경례를 하는 등 바보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누리엘 루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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