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라는 영화를 보면 거대한 사막에서 VR(가상현실) 기기를 쓴 주인공이 100만 개에 달하는 가상 쇼핑몰에서 쇼핑하고, 가상공간에서 쇼핑한 물건들은 물질 전송장치를 통해 전달받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이와 비슷한 가상현실 쇼핑몰이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다. 지구 어디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가상공간에서 쇼핑한 물건을 택배나 해외 직구로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 볼 수 있다. 이런 첨단 가상공간 쇼핑몰이 점차 빠르게 개발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미래형 쇼핑몰에선 음식점과 음료 위주로 매장을 배치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 쇼핑몰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필드다.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소매점, 전자매장 등 일반 유통매장 이외에 맛집, 영화관, 체험공간 등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반드시 찾아오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에 그칠지 모를 상황이다. 오프라인 위주의 식음료 업계에서도 기존의 상식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인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모바일을 활용한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공유주방(Cloud Kitchen)’ 서비스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입지 때문에 임대료가 매우 싼 도로 후면의 건물 지하나 고층에 주방만 설치해 놓고 다수 업체가 이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배달전문식당을 말한다. 쉐프는 음식을 만들고, 배달 앱을 통해 각종 음식을 배달만 하는 전형적인 미래 음식 사업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주방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일반 음식점에 비해 싸게 공급할 수 있어 배달음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빨리 어필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입지가 좋은 곳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일반 음식점은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유동인구가 없는 상권에 있는 지하나 고층이 경쟁력이 없다는 부동산 불변의 규칙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 입지보다 모바일 입지가 더 중요

이렇게 상가의 오프라인 ‘입지’는 점차 모바일 내 ‘입지’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물리적 입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바일 입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입지에서의 경쟁이 모바일의 무한 공간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로 인해 부동산 산업의 판도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모바일피케이션(mobileficati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모바일피케이션은 ‘모바일(mobile)’과 접미사 ‘화(化·fication)’를 합친 조어로, 부동산 산업에 모바일 접목이 가속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업무용·숙박용·주거용 부동산까지 기존 상식을 깨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구도심 상업지역에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정 지역에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모바일은 대부분의 도심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낙후된 도심뿐만 아니라 서울 명동, 종로, 홍대 인근 지역 등 주요 상권에서도 모바일피케이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바일피케이션은 부동산 산업 전체를 동시다발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도 모바일과 결합하며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처리하던 모든 부동산 관련 일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직방’이라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은 연간 1000만건 이상의 매물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의 질로(Zillow)는 미국 전역의 1억 가구에 대한 부동산 정보와 주택가격 추정치를 제공한다.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부동산 업자도 소상공인도 모바일과 공유 서비스의 가속화로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업계나 소비자들은 모두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매몰돼 있다.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관심을 가지기보단 지금부터라도 눈앞에 다가온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