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택시 서비스는 적정 수준 유지를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합승, 승차 거부, 바가지요금, 기타 불친절한 서비스 이외에도, 승객들이 무면허·무보험 운전이나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버가 승객과 운송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신기술을 앞세워 세계 각국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우버 서비스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신기술은 카카오택시라는 형태로 한국 택시 시장에 정착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깨졌고, 택시 기사들의 극단적인 선택과 맞물려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공유경제’ 실현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이용하듯 추가적인 비용 없이 여러 사람이 같은 상품을 동시에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공유경제 측면에서 카풀 서비스의 엄밀한 정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정해진 운전자가 교통비 절감을 위해 ‘동행자’를 모집하는 방식이 카풀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자신의 목적지 없이 ‘승객’의 목적지로 운행하는 것은 자가용 영업이다.

또 운전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미리 정해 놓더라도, 해당 구간을 반복 운행하는 셔틀 행위는 순수한 카풀이 아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 서울대 입구 지하철역에서 서울대 캠퍼스까지만 왕복하는 소위 ‘셔틀택시’들이 기승을 부렸다. 두 지점 이외에는 승차를 거부했고, 합승은 기본이었다. 카풀 운전자가 이러한 셔틀 운행을 한다면, 그것 역시 자가용 영업이다.

이런 자가용 영업은 장기적으로 택시 서비스 공급을 줄여 취약 시간대, 취약 지역의 접근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특히 스마트폰이 없어 카풀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이 집중된다. 결국, 카카오 카풀이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한 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앱에서 운전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공지하고, 사전 예약을 통해 동행자를 모집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출퇴근 등 정기적 카풀이 아닌 경우에는 운전자당 카풀 운행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 일부에서는 카풀 앱의 진보된 기술이 택시 산업을 사양산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차와 사후 평가까지 가능한 카카오 카풀 앱의 기술 자체는 택시 업계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택시 업계도 신기술 수용을 통한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스스로 혹은 카카오와 함께 카풀 앱의 기술을 접목한 배차와 평가 방식의 택시 앱을 개발하자. 고정 월급을 받는 택시 기사들은 자신의 근무 시간이 되면, 해당 앱을 켜고, 그 앱을 통해 승객을 태우고, 운송하고, 다시 대기를 반복한다. 승차 거부나 골라 태우기의 유인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택시 회사는 (카카오가 가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최적화된 배차 알고리즘 덕분에 빈 차로 돌아다니는 시간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은 본인의 스마트폰이나 택시 승차장에 설치된 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 후,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 기사의 친절도 점수를 보고 택시를 선택해 탈 수 있다. 또 목적지에 도착한 후 요금을 지불하고, 기사의 친절도를 평가한다. 택시 기사들은 정해진 월급을 받게 돼 좋고, 택시 회사는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승객들도 ‘골라 태우기’를 벗어나 ‘골라 타기’를 할 수 있고, 더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카카오 카풀 앱의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다. 그것이 약탈적으로 이용된다면 기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평화적으로 활용된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공유경제’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해 주되, 그와 별도로 택시 업계와 카카오가 공동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배차와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버를 막고 카카오택시 앱을 배포함으로써 이뤘던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