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사업 일구는 것을 하드웨어적으로만 접근합니다. 사업 목적을 정하고,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설비·공장을 짓고, 재료를 사 와서, 물건을 만들면 회사가 성립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동안의 기업 취재를 통해 절감한 것은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의 가치 체계와 가치관, 즉 이들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와 같은 것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거대해 보이는 조직이라도 모래 위의 성입니다.
최근 삼성이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등 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왔습니다. 어떤 기업의 기술 전략은 거짓말이거나 혹은 선전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삼성의 비메모리 1등 전략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일단 메모리·스마트폰·TV 등에서 세계 1등이 된 히스토리가 있지요. 비메모리의 경우 아직은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내부적으로 오래 준비해왔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쌓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력을 기반으로,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사물인터넷·산업용로봇 등으로 확대되는 AP 시장을 장악해나가겠다는 것도 충분히 얘기가 됩니다. 이미 사들인 전장 기업 하만, 또는 추가 M&A 협업을 통해 전장 분야에 더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기존 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배터리 사업과도 연결돼 전체 사업군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겠지요.
경쟁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삼성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허황된 얘기는 아닐 겁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것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메모리 세계 1등을 삼성이 이뤄낸 데에는 특유의 기업 문화, 집중력·추진력이 바탕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비메모리는 그런 기업 문화만으론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생태계가 너무 다이내믹하고 복잡해서 삼성은 물론 어느 누구도 혼자 다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비메모리 1등 전략에 대한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접근, 즉 삼성의 기업 문화가 새로운 전략에 맞게 새롭게 바뀔 수 있는지가 될 것입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의 문제인 것입니다.
세계인이 볼 대작 한국 드라마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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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더 이용하며 막연히 미디어 빅뱅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커버스토리를 보고 산업 현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기사로 지상파 방송사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입장만 접하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의 긍정적인 전망을 살펴보니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코노미조선’이 앞으로도 국내 산업의 기회를 분석해 주었으면 좋겠다.
- 김지윤 대학생
신선했던 심야 배송 체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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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기자들의 ‘쿠팡 플렉스’ 배송 체험 기사 재밌게 읽었다. 생생한 현장 체험을 디테일하게 잘 정리해 여러모로 유익했다. 추운 날씨에 심야배송을 했는데도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다는 건 충격이었다. 긱 이코노미 활성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재평가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홍수 시대지만 이런 방식의 체험형 콘텐츠를 원하는 독자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 송재희 피아니스트
초등학생도 긱 이코노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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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을 자주 이용한다. 하루 만에 배송해 주는 ‘로켓 배송’ 이라는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 배송 시간이 더 짧아졌다.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가져다주는 식이다. 쿠팡 플렉서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며칠 전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이 부모와 함께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다만 기사 말미 소개된 대로 회사가 수수료를 내렸다 올렸다 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 안승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