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최근 중국에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디지털 콘텐츠가 유행이다.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자급자족 농촌 라이프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요리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만드는 요리와 자연 풍경은 관객의 눈을 정화하고 마음을 위로했다. 중국판 ‘리틀 포레스트’로 꼽히는 영상 중 하나는 중국 윈난성에 사는 전서소가(滇西小哥)라는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고, 또 다른 하나는 쓰촨성에 사는 리쯔치(李子柒)라는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다. 이들의 공통점은 콘텐츠를 중국 지방에서 제작해 웨이보를 통해 알리는 크리에이터들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둘 다 현재 라이프 스타일과는 다른 중국의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음식, 옷, 생활용품 등을 다룬다. 또 할머니가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에 산 경험이 있으며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런 과거의 생활 방식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영상은 조회 수가 웨이보에서만 수천만 뷰에서 많게는 수억 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부분 동영상 플랫폼에서 모두 시청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리쯔치의 대나무를 키워 소파를 만드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25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전서소가의 경우 ‘털두부’라는 윈난성 특유의 두부 조리법 영상이 화제였다. 사실 중국 문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영상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 볼 만하다.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수개월에 걸쳐 찍은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영상 자체가 인스턴트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계절이 바뀌면서 나오는 콘텐츠들도 있다. 보는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중국판 ‘리틀 포레스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냥 넋을 놓고 보게 되지만 철저하게 계획된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콘텐츠엔 언어가 거의 필요 없다. 제목을 해석할 수 없어도 영상만 보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디지털 콘텐츠처럼 빠른 호흡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현대인을 위한 힐링 콘텐츠로서 웨이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리쯔치의 구독자는 1500만 명, 전서소가는 200만 명이다. 여기까지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다.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페이스북·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콘텐츠가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중국 크리에이터들이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유튜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MCN은 1인 창작자가 만든 영상 콘텐츠를 관리·유통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유튜브가 중국 채널로 분류한 채널 중 1위(2019년 2월 기준)는 ‘미스 예(Ms Yeah)’로 사무실에서 요리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콘텐츠로 유튜브 구독자 550만 명을 확보했다. 누적 조회 수는 2년 만에 11억 뷰를 돌파했다. 힐링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전서소가와 리쯔치의 채널도 2017년 8월 3일 간격을 두고 만들어졌다.

최근 필자는 회사의 유튜브 계정을 직접 관리하면서 빠르게 구독자를 늘려 가는 중국 채널과 콘텐츠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서소가 채널은 중국 최고의 ‘왕훙(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크리에이터)’ 기획사인 ‘파피튜브(Papitube)’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파피튜브는 1대 왕훙으로 유명한 파피장이 만든 MCN이다. 이들은 영상 제목과 자막을 모두 영어로 제작해 리쯔치만큼 빠르게 유튜브에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리쯔치가 전서소가보다 구독자가 많고 파워가 더 강했는데, 파피튜브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에 먼저 눈을 뜬 전서소가 영상의 조회 수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리쯔치 채널 구독자는 280만 명, 3억 뷰를 돌파했고, 전서소가 채널 구독자는 150만 명, 2억5000만 뷰를 기록했다. 불과 1년 7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두 채널이 무서운 이유는 조회 수의 성장 속도다. 한국 톱 크리에이터들은 한 달에 6000만 뷰(키즈 채널 제외)를 기록하면 매우 높은 수치를 낸 것이고 보통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리쯔치, 전서소가의 콘텐츠는 기본으로 월평균 6000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찍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월 1억 뷰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서소가는 월평균 조회 수 성장률이 20%, 리쯔치는 40%다. 구독자는 월 50만~6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매달 70%씩 느는 것이다. 한국은 300만 명 이후로 가면 월 구독자 10만 명 증가도 어려운 편이다. 이 속도라면 이 두 채널은 올해 말 구독자 1000만 명을 넘을 것이다. 한국은 ‘커버 음악(따라부르는 음악)’을 부르는 J.Fla가 1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크리에이터 리쯔치(李子柒)의 대나무로 소파를 만드는 영상.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25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 크리에이터 리쯔치(李子柒)의 대나무로 소파를 만드는 영상.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25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전 세계 통할 콘텐츠 만들어야 성공

평소 ‘중국 콘텐츠가 만들어 봤자 한국 콘텐츠 따라 한 수준이겠지’란 생각을 했다면 이 채널들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채널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중국 콘텐츠들은 독창성을 무기로 빠르게 글로벌 시청자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시장은 지역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수도권에서 제작해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돈도 벌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우리나라 최초로 1000만 구독자를 돌파한 J.Fla도 국경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 성공했다. J.Fla의 콘텐츠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고 반응할 수 있다. K-팝(K-pop)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악에 관심 있는 해외 팬과 편견 없이 한국 음악을 듣는 대중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은 ‘먹방(Mukbang)’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전남 순천 출신 크리에이터인 떵개떵이 3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것도 먹방이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국판 리틀 포레스트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가전기기가 없는 곳에서 만든 ‘힐링 콘텐츠’는 앞으로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피튜브와 같은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게재하기 어려운 중국의 크리에이터들을 돕는 MCN들이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서 중국 콘텐츠와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판 힐링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봤다. 대부분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달렸다. 물론 해외에 사는 중화권 시청자들의 댓글도 많았지만, 독일·인도·멕시코·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시청자들이 국경 없이 콘텐츠를 즐기면서 칭찬 일색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넷플릭스에 중화권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유튜브에도 중국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정제돼 쏟아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김조한 곰앤컴퍼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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