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다. 3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두고 현지 유력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낸 기고문에서 “중국은 이탈리아와 협력해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하려 한다”고 했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21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를 방문하는데, 일정 중반에 일대일로 협력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참여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처음은 아니다. 이미 헝가리·폴란드·그리스·포르투갈 등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EU 설립 주축국 중에서는 처음, G7 중에서도 처음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 내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EU에서는 이탈리아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경제학자 폴라 수바키 교수도 이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폴라 수바키(Paola Subacchi) 영국 퀸메리대 경제학 교수, 영국 왕립국제관계연구소, 볼로냐대학 경제학 교수
폴라 수바키(Paola Subacchi)
영국 퀸메리대 경제학 교수, 영국 왕립국제관계연구소, 볼로냐대학 경제학 교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 과연 조반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무장관의 말처럼 ‘이탈리아가 놓칠 수 없는 열차’일까. 주세페 콘테 총리도 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획이 “이탈리아의 기회”라며 여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3월 21일 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 일대일로 관련 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유럽연합(EU) 창설 주축국 중 처음, G7 중 처음이다. 이 협정을 계기로 이탈리아 인프라·에너지·항공·통신 분야에 중국계 자금의 투자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일대일로 협정은 이탈리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EU‧미국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 자체는 이탈리아에 경제적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0.2%로 전년(1%)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동시에 해외 투자 비중이 커지는 나라다.

향후 10년간, 중국과 일대일로 상대국 간의 연간 교역량이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이탈리아의 수출에 활력이 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연간 약 130억유로(약 147억달러), 수입은 약 290억유로 수준이다.

또 일대일로는 이탈리아에 절실한 추가 자본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기업은 2018년 1~10월 55개 일대일로 협력 국가에 총 105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800억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이 이탈리아에 투자한 자금 규모는 140억유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동참하지 않고, EU가 2016년 설정한 중국 전략에 더 집중해야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탈리아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일대일로 정책의 목적은 중국 기업에 해외 시장 진출 발판을 제공하고, 국제 금융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목표가 이탈리아의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양국 관계에서 이탈리아의 역할이 ② 축소되고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의 6배가 넘는다. 최근 이탈리아 경제 사정은 좋지 않다. 공적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하는 데다, 대표 기업 알리탈리아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과 자본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불균형하고 비상호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운영 부문이 우려스럽다. 일대일로 정책의 틀 자체가 모호한 목표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구성돼 있다. 일대일로 정책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신개발은행(NDB) 같은 다자 기구의 지원을 받기보다는 특정 중국 기업과의 양자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합작 대상 기업 상당수가 국유기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3월 21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시 주석은 이탈리아 방문 기간 동안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MOU를 맺을 예정이다. 시 주석은 첫 방문지인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나코, 프랑스 등을 차례로 순방할 예정이다. 사진 AFP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3월 21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시 주석은 이탈리아 방문 기간 동안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MOU를 맺을 예정이다. 시 주석은 첫 방문지인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나코, 프랑스 등을 차례로 순방할 예정이다. 사진 AFP 연합

넷째, 이탈리아는 제도적으로 취약한 나라다. 많은 민간‧공공 기관이 부실 운영되고 있는 데다, 조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부패도 만연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지수 53위다. EU 핵심국 순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중국 측에 EU 규칙‧기준 준수를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EU는 국가 소유의 중국 국영 기업들이 시장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섯째, 신뢰성 문제다.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사이버 간첩 행위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정보통신‧인프라‧국방 분야 이탈리아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불행히도 현재 이탈리아 정부와 각료를 중심으로 만연한 ③ EU 회의론은 이런 위험은 물론 이탈리아가 EU와 협력 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서 눈멀게 했다.

‘중국 열차’에 올라타는 것은 ④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경고는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이다.

물론 일대일로 관련 모든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 마지막 순간 협정이 불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이 사태가 지속 가능한 장기 계획이 없는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단순한 충돌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중 갈등의 최신판이다.

미국은 2015년 ⑤ 영국이 AIIB에 가입했을 때 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때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반응은 현재 트럼프 정권이 중국과 공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싸움과 비교하면 차라리 건설적이었다. 지금 이탈리아와 세계를 향한 트럼프의 암묵적인 메시지는 ‘미국 편 하든지, 중국 편 하든지’다. 이는 세계 경제 질서를 평화적으로 재조정하는 데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이탈리아는 조심스럽게 걷는 편이 현명하다.


Tip

3월 19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MOU와 관련해 지난 몇 달간 세부 사항에 대한 협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부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진핑 방문 기간에 이탈리아는 ‘트리에스테’ 항구를 중국에 개방할 예정이다. 콘테 총리는 “이 항구가 유럽의 싱가포르·홍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참여로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나라는 124개국으로 늘어난다.

수바키 교수는 칼럼 원문에서 “이탈리아가 중국의 ‘부하직원(Junior Partner)’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콘테 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반(反)EU· 반이민을 앞세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이다. 현재 이탈리아 여당은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인 동맹이 연합해 만들어진 연립정당이다. 서유럽 첫 포퓰리즘 정부다.

미국과 EU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반대해왔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미국에 대한 모독’이라는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개럿 마키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일대일로 참여는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동참은 EU의 공동 입장과 어긋난다”고 했다.

AIIB는 중국 주도로 출범한 다자 간 개발은행이다. 국제 금융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출범 당시 우방국들의 참여를 경계했지만, 영국을 시작으로 한국·독일 등이 차례로 참여했다. 총 53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 AIIB의 현재 회원국은 93개국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35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75억달러를 투자했다.

폴라 수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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