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노동정책으로 인해 원가구조가 크게 악화되더니 화학물질관리법(제품의 화학혼합물 성분을 완전히 공개하도록 의무화) 등의 규제 그리고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권 위협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그나마 우호적이던 글로벌 경제 또한 빠르게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많이 성장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경기 후퇴에 대한 경고가 연일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의 경기 후퇴가 심상치 않다.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6% 경제 성장의 기대가 무너진 지는 오래됐다. 최근에는 시카고대와 홍콩과기대의 연구로 중국이 지난 10년간 경제 성장률을 평균 1.7% 이상 과도하게 계산하는 통계 조작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침체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당장 중국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정제유 등 석유화학 제품도 중국 내수 침체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제품의 단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즉 중국의 내수 침체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주력 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대중국 관세 압력으로 인해 고관세 부여 대상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하는 탈중국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엄청난 구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올 1월 영국의 자동차 생산은 18.2% 감소했고, 터키에선 1월 판매가 전년 대비 60% 급감했다. 이 때문에 유럽 전체 자동차 생산이 6% 줄어들었다. 미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0% 감소했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의 자동차 수요 증가도 멈췄다.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 독일의 승용차 생산 역시 2017년 월 60만 대에서 올 1월 40만 대로 30%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자동차 수요 감소의 배경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등 모빌리티 혁명이 꼽힌다. 많은 경제학자가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경기 불황을 이끌고 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자동차 산업은 이제 끝났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그대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위기로 이전될 가능성도 크다.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그보다 파급 효과가 훨씬 클 자동차 산업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호흡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변혁으로 나날이 빨라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변혁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더디기만 하다. 결국 기업 경영자들이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의 유연성이다.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의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와 크리스 트림플 교수는 변혁기에 사업을 재창조하기 위해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세 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재의 핵심 사업을 잘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고 미래를 위한 모험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과 함께 과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 과거 관리란 과거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원점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재검토할 수 있는 냉정한 통찰력을 말한다.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 삼성전자는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활로를 찾은 반면 노키아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것은 스마트폰 출시 이전까지 세계 1위라는 자만심이 가져온 결과다. 소니는 워크맨의 성공 공식을 고집하다가 디지털 변혁의 수용에 실패하면서 왕좌의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이처럼 조직이나 개인은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평상시에는 성공의 DNA가 되지만 변혁기에는 죽음의 공식으로 돌변한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지금의 경영환경이 극단적인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변혁기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