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새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서쪽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초대형 복합 주거·사무·쇼핑·여가 단지인 ‘허드슨 야드’다. 최근 부분 개장하면서 2500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얽힌 인공벌집 형태의 구조물 ‘베슬(Vessle)’, 첨단 종합예술센터인 ‘더 셰드(The Shed)’ 등이 세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 연말에는 지상 100층 높이(367m)의 허공에 떠있는 느낌을 주는 야외 전망대 ‘뉴욕 에지(New York Edge)’가 개장된다.

허드슨 야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전체 면적 11만3000㎡로 축구장이 15개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총개발금액은 250억달러(약 28조원)로 추정된다. 2025년까지 두 단계로 개발되며 오피스빌딩, 아파트, 쇼핑몰, 문화시설 등 모두 16개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도시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는 ‘도시 속의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 매거진은 허드슨 야드를 ‘억만장자들의 판타지 시티’라고 했다. 88층 아파트의 경우 최저가가 430만달러(약 50억원), 펜트하우스는 3200만달러(약 370억원)를 호가한다. 웬만한 부자도 엄두를 내기 힘든 최고급·초호화 주거지다.

허드슨 야드는 원래 철도 차량기지였다. 오랫동안 방치돼 잡초가 무성한 뉴욕의 흉물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이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1956년엔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윌리엄 제켄도프가 533m 높이의 ‘프리덤 타워’ 건설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1980년대엔 프로미식축구의 뉴욕 제츠, 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 구단이 잇따라 새 홈구장 건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뉴욕시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당시 블룸버그 시장이 대규모 스포츠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나 2012년 올림픽 유치가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08년, 현재의 허드슨 야드 개발 사업에 대한 승인이 났다. 금융위기로 사업자가 바뀌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2012년 말 공사에 착공할 수 있었다.

허드슨 야드는 현대 공학기술의 개가이기도 하다. 이곳에 들어서는 16개 건물은 모두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건설된다. 철도 차량기지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거대한 덮개를 설치하고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100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한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1단계 사업에 설치된 덮개 즉 플랫폼은 넓이가 4만㎡로 축구장 5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무게는 3만5000t 이상으로 철강만 2만5000t 넘게 들어갔다. 플랫폼을 떠받치기 위해 30개에 이르는 철도 트랙 사이사이에 90t 무게의 기둥을 설치했다. 외부에서 제작한 이 기둥을 들어올려 제 위치로 옮길 수 있는 초대형 크레인이 뉴욕에 단 한 대밖에 없다고 한다.

허드슨 야드는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비교된다. 정부는 2006년 철도 경영 개선을 위해 용산 역세권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허드슨 야드 재개발 사업보다 조금 앞선 시점이다. 이후 사업 규모가 확대돼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업무·상업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높이 620m에 이르는 111층 빌딩 ‘트리플원’을 비롯해 초고층 빌딩 23채가 들어서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총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사업자가 바뀌고,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대주주인 코레일과 사업자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부딪치는 등 곡절 끝에 결국 2013년에 무산됐다. 정부와 민간 모두 이런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역량과 노하우가 부족했다. 작년에 서울시가 다시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지만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무기한 보류됐다. 허드슨 야드가 뉴욕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도 황량하기만 한 용산의 대조적 풍경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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