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경제 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이전, 국가보조금 등은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정부의 개입 정도를 어떻게 봐야 할지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자신들의 모든 힘을 특정 분야에 집중한다면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자유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한 심지어 미국조차도 중국의 국가주의 모델을 이기기 힘들다. 국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중국도 물러설 의향이 없어 보인다. 루비니 교수는 21세기가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즉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며, 나아가 무력 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몇 년 전 만났다. 당시 나는 중국을 방문한 서방 대표단의 일원이었다. 시 주석은 우리에게 중국의 부상은 평화적이고,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투키디데스는 신흥국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① 두 도시국가 간 전쟁을 필연적으로 만들었다고 기술한 그리스 역사가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2017년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이 충돌한 16번의 역사적 사례에서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기술했다. 시 주석은 당연히 4번의 평화적인 패권 이행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서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어쨌든 그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전쟁은 여전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냉전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현재의 긴장상태를 중국이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국제 무역과 투자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받았고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국제 무역 질서에 무임승차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식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이전,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그리고 국가자본주의의 다른 도구들을 통해서 불공정한 이익을 향유해 왔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전체주의적인 감시 국가로 전환하면서 점점 더 권위주의적으로 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진짜 목표가 중국이 더 부상하거나 국력에 맞는 영향력을 해외에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대하려고 하는 게 합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 정치 체제가 14억 중국인의 물질적 복지를 개선하는 데 서방의 정체된 정치 시스템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경제적·무역적·기술적·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 같다.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영원히 상호적대적인 관계로 귀결될 수 있다. ②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는 중국을 모든 면에서 억눌러야 할 전략적인 경쟁자라고 보는 내용이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안보상 민감한 분야에 대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를 억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전략 산업 분야에 대한 서방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유라시아 대륙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인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말라고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의 항행을 늘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21일 벨기에 브뤼셀의 화웨이 사이버 보안 투명성 센터에서 한 참석자가 화웨이 로고가 있는 벽을 지나고 있다. 아브라함 리우 화웨이 유럽연합(EU) 대표는 자사의 통신기술이 스파이 행위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증하는 문서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5월 21일 벨기에 브뤼셀의 화웨이 사이버 보안 투명성 센터에서 한 참석자가 화웨이 로고가 있는 벽을 지나고 있다. 아브라함 리우 화웨이 유럽연합(EU) 대표는 자사의 통신기술이 스파이 행위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증하는 문서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미·중 냉전의 결과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보다 더욱더 심각할 것이다. 소련은 실패한 경제모델로 인해 쇠락해가는 세력이었지만 중국은 GDP 기준으로 곧 세계 최대 경제력을 가지게 되고 계속 더 성장해 갈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소련은 무역량이 거의 없었지만 중국은 세계 무역과 투자 시스템에 완전히 편입돼 있고 특히 미국과 깊이 얽혀 있다.

미·중 간 전면적인 냉전으로 인해 탈세계화가 촉발되거나 적어도 세계 경제가 양립 불가능한 두 개의 경제 블록으로 분할될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 자본, 노동, 기술, 데이터의 무역이 심하게 제한되고 디지털 활동 영역도 파편화될 것이다. 서방 국가와 중국의 통신 코드는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③ 미국이 중국 화웨이와 ZTE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은 화웨이 등이 중국 내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적어도 미국에 의존적이지 않은 국가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분열된 세계에서 중국과 미국은 모두 다른 나라들이 한쪽을 선택하기를 기대하겠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양쪽 모두와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동맹국들 가운데 많은 나라들이 (무역과 투자 때문에) 미국보다 중국과 더 많은 사업을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AI나 5G와 같은 핵심 기술을 각각 통제하려 할 경우에 중간지대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모든 국가는 선택을 해야 하고 세계는 탈세계화의 긴 여정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21세기의 핵심적인 지정학적 이슈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양쪽이 어떤 이슈에서는 협력하고 또 어떤 이슈에서는 건강하게 경쟁하는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 떠오르는 신흥 권력이 새로 만들어지는 세계 질서와 제도에서 역할을 부여받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 관계가 잘못된다면, 즉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공격적으로 아시아 또는 세계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고 전면전인 냉전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무력 전쟁 또는 일련의 대리 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에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를 삼켜버릴 것이다.


Tip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뜻한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으로 싸워 승리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이후 떠오르는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그리스 내 우월적 지위에 있던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나뉘어 28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유혈참극으로 그리스 문화의 황금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스파르타가 승리하긴 했지만 국력이 쇠약해졌고 동맹은 망가졌으며 부(富)는 바닥이 났다.

미국의 ‘2017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미국이 중국을 더 이상 협력적 파트너로 상정하지 않고 지역 질서와 번영 그리고 서구 국가들의 전략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OIP·Free and Open Indo-Pacific)’은 민주적이고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국가들과 적대적인 현상변경국가(중국·러시아)의 대립을 전제로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는 항행의 자유, 법치, 강압 없는 자유, 주권 존중, 모든 국가의 자유와 독립을 강조한다.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을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약화시키는’ 국가로 직접 언급했으며, ‘2017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미국의 국력과 영향력 그리고 이익에 대한 도전이라고 돼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연방정부가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5월 15일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체 보호’ 행정명령에 서명해 사실상 민간기업들과 화웨이의 거래까지 중단시켰다. 미국 상무부는 5월 16일 화웨이와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구글은 5월 19일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접근을 차단한다며, 화웨이가 앞으로 중국 밖에서 출시할 스마트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G메일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임직원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누리엘 루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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