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저는 디트로이트 인근 호텔을 나섰습니다. GM의 당시 CEO 겸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지요. 시내로 접어드니 거대한 빌딩이 보이더군요. 230m 높이, 73층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GM 본사 메인빌딩. 꼭대기엔 푸른 바탕에 하얀 글씨로 거대한 GM 로고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주변을 39층짜리 빌딩 4동, 21층짜리 빌딩 2동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제국의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크기와 화려함에 압도된 채 건물 꼭대기로 향했습니다. 회장이 탁자 뒤편에 느긋하게 앉아 있고, 고급 시가를 손에 쥔 나비넥타이 차림 참모가 옆을 지켰습니다. 미국 영화에서 본 마피아 같았습니다. 이 거대 기업의 보스는 제게 “GM은 영원하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GM은 도산했습니다.

2013년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날, 저는 헬싱키 시내에서 노키아 본사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노키아가 모바일 사업부와 본사 건물을 마이크로소프트에 통째로 매각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습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6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서쪽으로 25분쯤 달려 마주친 핀란드 제2 도시 에스포의 맑고 평온한 호숫가. 그 너머의 유리로 반짝이는 거대 복합 단지, 노키아 본사였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본사 리셉션 건물엔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휴대전화 계보가 실물과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은 비었고 남은 이들도 이사 준비로 한창이었습니다. 그때 절감했습니다. 거대한 건물 따위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업 미래를 뒷받침할 핵심은 그런 것의 뒤편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2019년의 GM은 차량공유,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현재 시장의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시장·제품·조직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한 덕택입니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은 사라졌지만 경쟁력은 더 높아졌습니다. 5G 장비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에 화웨이 사태의 큰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5G와 연결되는 헬스케어에서도 역량을 축적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GM과 노키아는 거대한 빌딩에 돈을 쏟아붓지 않습니다. 한 번 망해 보고 나니 그런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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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로마자 표기법 기사 눈길

발음 말고 문자 기반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한글 로마자 표기법 기사가 흥미로웠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다룬 TV프로그램 등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기사를 보고 외국인 입장에서 현 한글 로마자 표기법은 단어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게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기사 중 현 표기법이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의 세계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 천화영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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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자동차 인기 급상승 느껴져

나에게 있어 지프는 사실 도로에서 흔하게 보기는 어려운, 어쩌면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자동차 브랜드였다. 그런데 최근 강남 등 서울 한복판에서도 지프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기사에서 보니 올해 들어서는 수입차 SUV 브랜드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모험심을 자극하는 각진 모양의 정통 SUV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지프를 좀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경미 SCK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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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S택시 기사를 읽고

서울시가 경제 주체로서 시장에 참여하는 의도와 목적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직접규제 방식보다 시장 왜곡이 적은 방향으로 정책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기사에 제시됐던 것처럼 공적 기관이 시장에 참여할 때는 더욱더 높은 기준의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 박준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