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중국의 경제 개발 성공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회사다. 개도국의 단순한 위탁 조립 제조 공장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 장비를 생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거의 유사한 규모이고, 2018년 매출 성장률 약 20%, 단기 이익 증가율 25.1%인 고성장 기업으로 중국의 자존심과 같은 기업이다.

미국은 이런 화웨이를 그간 통신 장비의 스파이 가능성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수입 금지 대상으로 지정해 왔는데, 5월 20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들이 거래할 수 없는 금지 대상 기업으로 지정함으로써,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안보 위협의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화웨이를 압박해 왔다.

왜 미국이 화웨이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는 미국이 밝혀온 표면적인 명분대로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지난해 12월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를 체포하면서 미국이 밝힌 이유다. 중국의 통신 회사 ZTE(중싱통신)가 북한과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유사한 제재를 받았지만, 화웨이가 미국 안보 위협으로 지목되면서 이 설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둘째, 화웨이 통신 장비는 디지털 트로이의 목마로 중국 정부의 서방 세계에 대한 스파이 통로 가능성이다. 일부 통신 장비에 스파이 칩이 들어 있다는 혐의가 증명된 바 없지만 미국은 그 가능성에 대해 계속 경고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위장된 국영기업이라는 의심이 있다. 과거 중국 정부는 ‘유령망(GhostNet)’과 ‘그림자망(ShadowNet)’을 운영하다가 들통이 난 전력이 있다. 화웨이는 전 세계 50대 통신사 중에 45개 사를 고객으로 갖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우리나라에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압력이 있다. 삼성전자에는 기회이나 LG U+는 어려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인 5G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중국 주도로 재편되는 것에 대한 기술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5G 장비는 중국, 스웨덴, 핀란드, 한국이 주도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넷째,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이라는 견해다. 중국은 그간 ‘디지털 만리장성’을 쌓고 미국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매우 불공정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화웨이는 이 가능성을 믿고 버티면 무역협상이 타결되는 시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기술과 부품 공급을 차단해 고사시키겠다는 미국 측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해 위협을 느낀 나머지 중국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견해다. 미국은 1980년대 일본의 부상으로 경제적 지위가 위협받게 되자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의 부상을 저지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로부터 중국을 제2의 일본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여섯째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정한 브레튼우즈 체제, 즉 무역 자유화와 개방 경제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견해다. 시장 경제를 채택하는 중국이 경제 개발과 함께 민주화가 진전돼 미국의 가치 체제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진핑이 독재를 강화하고 패권국가의 길을 걷고 있어서 미국은 지금까지의 대중국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견해다.

화웨이 사태는 위에서 열거한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사건에서 근원적인 사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다섯째 또는 여섯째가 이유라면 국제 무역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IT 회사들과 글로벌 가치 사슬에 밀접하게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재편하고 재구성하는 강력한 압력이 시작됐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에는 기회이자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이 이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급히 플랜B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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