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클랜시의 ‘디비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다.
톰클랜시의 ‘디비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다.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김조한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 공학과, SK브로드밴드 미디어 전략 담당,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플랫폼 전쟁’ 저자

지난해 12월 말 공개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이하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가 인터랙티브(상호작용) 비디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가를 나타내는 좋은 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시청자 선택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콘텐츠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밴더스내치’는 13가지의 서로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비디오는 ‘밴더스내치’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6월 20일 나왔던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가 넷플릭스 최초의 인터랙티브 비디오였다.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를 포함해 3편이 더 공개된 후 ‘밴더스내치’가 공개됐다. ‘밴더스내치’ 전까지는 모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였다.

또한 지난 4월에는 ‘당신과 자연의 대결’이라는 베어 그릴스의 콘텐츠가 공개됐다. ‘당신과 자연의 대결’이나 ‘장화 신은 고양이’의 경우 ‘밴더스내치’와는 다른 방식이다. ‘밴더스내치’의 경우 시청자의 모든 선택을 감안해서 선택한 결과의 누적으로 결론이 난다면, ‘장화 신은 고양이’는 이전 선택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에서도 특별한 콘텐츠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그들이 모든 시청의 결정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고, 관련 데이터가 처음에 그들이 의도했던 결과와 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데이비드 슬레이드(David Slade)가 감독한 ‘밴더스내치’는 5시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지만 시청자의 선택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 덕분에 각 시청자는 90~150분간 시청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넷플릭스가 내놓은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넷플릭스가 내놓은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비디오, 게이머 대상 실험 중 하나

넷플릭스에 인터랙티브 비디오가 미래의 전부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플랫폼과 자신들이 갖고 있는 판권(IP)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6월 11~13일 미국 LA에서 열렸던 E3(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3’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출시했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공개되는 7월 4일에 맞춰 게임이 발매된다. 닌텐도 스위치·플레이스테이션4·엑스박스원 등 콘솔에서 작동하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는 레트로한 느낌의 2D(2차원) 어드벤처 게임이다.

물론 넷플릭스가 이번 출시 게임을 통해서 매출 증대 목적보다는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는 콘텐츠 홍보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랙티브 비디오라는 고민으로 게임 제작에 이르렀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이 ‘기묘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년에 ‘포켓몬 고’ 스타일의 게임을 제작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 시도는 홍보를 위한 게 아니라 IP를 이용해 새로운 매출을 찾아내려는 의도다.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IP로 다양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해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트로한 느낌의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모바일 게임도 공개됐다.
레트로한 느낌의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모바일 게임도 공개됐다.

게이머들이 좋아할 넷플릭스를 꿈꾼다

게임 IP 원작의 영화·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넷플릭스는 이 또한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의 북미에서 매출이 제작비를 넘기지 못했는데도 게임 IP 기반 제작 영화 중에서는 가장 크게 흥행했을 정도로 게임 원작을 영화로 만들어 흥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넷플릭스가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인 헨리 카빌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위처’는 PC·콘솔게임으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을 드라마화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또 이번 E3에서 또 하나의 유명한 게임 원작인 톰 클랜시의 ‘디비전’을 소개했는데, 이는 제이크 질렌할과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으로 넷플릭스에 공개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극장에서 흥행이 잘 안 되는 게임 원작 콘텐츠들을 계속 제작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극장과 넷플릭스의 시청 환경이 달라서일 것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가 극장을 안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집에서 게임하느라 외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콘솔게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가 넷플릭스라는 조사 결과도 많다. 닌텐도 스위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게임 콘솔이 넷플릭스를 지원한다. 넷플릭스가 게이머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힘쓰는 이유다.

게이머들은 극장보다 넷플릭스와 더 가까운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는 E3와 같은 게임쇼에 더 자주 나타날 것이며, 게이머들이 친숙한 방식의 콘텐츠나 UX(User Experience·고객 경험) 개발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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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상호작용) 콘텐츠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콘텐츠의 이야기 구조가 다르게 진행되는 콘텐츠를 말한다. 줄거리뿐 아니라 결론까지 이용자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에서는 시청자가 주인공의 아침식사 메뉴를 결정하거나 주인공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런 결정과 선택으로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영화와 TV드라마뿐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활용된다.